[리빙 앤 조이] 음료수 달고사는 아이 만성식체 위험
한방 칼럼
포항 함소아한의원 여인효 원장
장면 하나. 마트에 갈 적마다 형형색색의 냉장 시판대 앞에서 뚜껑에 곰돌이가 달린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흔쾌히 카트에 넣는 엄마.
장면 둘. TV를 보거나 잠자리에 들 때도 우유를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와 잘 먹는다고 뿌듯해 하는 아빠.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
사람은 반드시 물을 먹어야 한다. 몸 자체가 70%는 물로 되어 있어서 물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물 섭취는 생수나 보리차 같은 것으로만 하는 건 아니다. 각종 음식에도 수분이 들어 있고 주스ㆍ우유 같은 음료수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맛있어서 혹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마음껏 먹였던 음료수가 오히려 아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문제는 당분과 단백질이다. 어린이용 음료로 출시됐다 하더라도 아이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당분 첨가가 필수다. 중독성이 강한 단 맛은 열량이 높아 과량 섭취하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몸 속 진액의 점도를 높여 끈적거리게 만들어 위장 기운의 순환능력을 떨어뜨려 소화ㆍ배설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한방에서는 이를 습사(濕邪)가 생겼다고 표현한다.
우유나 두유 같은 단백질 음료도 잘못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현재의 할머니 세대가 아이를 키웠을 70ㆍ80년대에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서 우유나 달걀 같은 음식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영양이 넘쳐난다. 아이가 밥을 잘 먹는다면 우유나 두유는 간식 정도로 가볍게 먹여야 하는데 간혹 하루에 1,000㎖ 이상 마시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먹는다면 역시 위장 건강에 이상 신호가 켜질 수 있다.
과다한 음료 섭취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먹은 우유ㆍ두유가 식적(食積), 즉 만성식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성식체가 생기면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며 식욕부진이 나타나 아이의 성장을 막는다. 또 자다가 갑자기 깨서 울 수도 있다. 기침 등이 끊이지 않아 감기에 걸렸나 착각할 때도 있다. 때론 변비와 설사를 이유 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부모는 이것이 음료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가 힘들어 엉뚱한 치료만 해서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음료로 인한 아이들의 만성식체를 줄이려면 녹색 잎이 있는 쓴 맛 채소를 많이 먹여 위장 기운의 순환을 도와야 한다. 나물이나 쌈으로는 잘 먹지 않으므로 샐러드ㆍ김밥ㆍ주먹밥 등 아이가 즐길만한 음식에 깻잎ㆍ취ㆍ시금치ㆍ치커리ㆍ부추 등을 넣어 먹인다. 돌이 지났다면 우유 제품은 하루 1~2개 정도도 충분하다. 시판 음료수 대신 엄마 표 오미자차ㆍ미숫가루를 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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