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공황 막아야 한다/박승 중앙대 교수(긴급진단)

필자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금융공황이 임박하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불행히도 그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경제의 산업불황이 금융공황으로 치닫고 국내위기가 국제위기와 연계되고 있다는 데 있다.현 위기의 진원은 두 줄기로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국내적 요인으로서 현 위기가 거품경제의 귀결이라는 점이다. 거품경제는 고비용으로 인하여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산업적 측면과 과소비·과욕구로 인하여 적자경제가 되고 있다는 국민지출 쪽의 요인이 결합되어 있다. 그리하여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채무불이행은 금융기관을 도산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산업합리화법을 만들고 재정금융의 특별지원 등을 통해서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흡수해주었고 은행들은 예대마진이 좋아서 부실채권에 대한 흡수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은행들이 넘어지는 지경에 몰리게 되니 대출을 회수하고 증권을 내다파는 등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극심한 자금난과 기업의 연쇄도산, 그리고 증권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하나의 진원은 국제적 요인으로서 현 위기는 개방물결의 결과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개방물결은 세계경제력을 보호지역에서 개방지역으로 급격하게 이동시키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지를 미국·유럽·아시아로 나눈다면 미국은 개방지역, 아시아는 보호지역, 유럽은 그 중간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 세계경제력은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유럽은 그 중간지대다. 그래서 미국은 몇해 동안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고 아시아지역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나라들과 한국은 그동안 고성장지역으로서 심각한 거품경제의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으로 인한 경제력 누출에 직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등은 올해들어 30% 내외의 환율상승과 주가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도 이들 ASEAN국가들의 경제위기가 이들 국가와 금융거래가 많은 홍콩으로 번지고 이것이 다시 미국·일본 등으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개방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는 이 지역에서 환율폭등과 기업도산을 유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곳에 투자한 선진국은 환차손과 부실채권을 우려하여 투자회수를 서두르고, 이것이 세계적인 주가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현 경제위기가 산업적 불황과 금융적 공황, 그리고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도 당장 속시원한 정책수단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근본대책은 우리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고 과지출경제를 시정하며 국제수지 적자를 제거하는 일을 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더 좁혀서 말하면, 외국과 경쟁할수 있는 수준까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실질임금을 떨어뜨릴 수 있으냐 하는 문제, 그리고 적자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민의 생활수준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렇게 하는 정책이 바로 감량내핍정책이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실업과 임금동결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지속돼야 하며, 따라서 새 정권이 들어서도 이러한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현재의 위기국면에 대한 긴급수혈정책도 당장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한 위기관리 차원의 긴급대책은 산업대책과 금융대책을 포괄해야 하며 정부가 뒤로 물러서지 말고 전면에 나서서 적극 주도해야 할 것이다. 산업의 도산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이 시장기능에 의하여 원활하게 정리될수 있도록 인수합병을 도와주는 가칭 「산업조정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인수합병에 따르는 조세감면, 출자제한의 예외인정, 정부의 간접지원 등을 포함할수 있을 것이다.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금융개방 속도를 조절하고 과도적으로 예대마진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한은특융에 의한 자금지원 확대, 그리고 금융산업의 자구노력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을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에 대한 특별자금지원 또는 국고여유자금의 일시적 활용 등 단기대책을 검토할 수 있으며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보유액의 활용이나 외자유출 억제, 또는 외자유치 촉진 등의 대응조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안정에 대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것은 정부의 몫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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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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