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뿔난 재계 달래려다 쓴소리 들어… 깊어지는 '朴의 고민'

박재완 재정장관, 경제 5단체장과 첫 상견례<br>회동내내 분위기 냉랭… 재계 협조 발언도 '립서비스' 수준 그쳐<BR>기업 고용·투자 없이 올 5% 성장 힘들어 경제운용 차질 우려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오찬회동에 참석한 박재완(왼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박 장관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촉구했지만 허창수(오른쪽 두번째)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포퓰리즘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분위기가 냉랭했다. /이호재기자

'어색한 만남, 진전 없는 화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취임 후 재계와 첫 공식 회동을 가졌으나 여권과 재계 사이의 싸늘한 기류를 반전시키는 데는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야당 인사들조차도 부드러운 조율사로 평가하는 박 장관이지만 현 정권의 집권 하반기 들어 점점 강도가 세지는 시장규제로 삐친 기업인들의 마음을 단숨에 돌려놓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이제 첫 만남인 만큼 앞으로 박 장관이 차근차근 재계와의 간극을 좁힐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장 이달 말까지 하반기 경제운용의 밑그림을 확정해 발표해야 하는 재정부로서는 큰 진전이 없었던 이번 회동에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재계 협조 발언 결국은 '립서비스'=이날 박 장관이 경제5단체장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회동은 폭넓은 민생ㆍ경제 이슈를 풀기 위해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모두발언이 끝나고 문이 닫힌 회동장(샤롯데홀) 밖으로는 1시간40여분에 걸친 만남 내내 의례적인 큰 웃음소리 한번 새어나오지 않았다. 박수도 후반부에만 한번 나왔을 뿐이다. 그만큼 박 장관과 재계 인사 모두 서로 극도로 신중한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회동 후 박 장관 측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방문규 재정부 대변인도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재계가 "물가안정에 협력하겠다"거나 "동반성장위원회의 틀 안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정작 재계 측의 반응은 달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 회동에서 5단체장이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로 이해해야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물가안정에 협조하겠다는 것도 기업들이 '각자 상황'에 맞게 협조하겠다는 뜻이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이슈의 경우도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각론에까지 동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게 재계 측의 입장. 결과적으로 박 장관은 재계와 동상이몽을 했던 셈이다.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 고심=정부로서는 재계가 적극적으로 고용과 투자에 나서고 제품ㆍ서비스 가격 인상 억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올해 5%인 경제성장목표치를 하반기에도 큰 폭으로 조정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지만 이는 물가가 안정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아울러 고용의 경우 올 들어 사정이 나아지고 있지만 지난 2009년 약 7만여명 정도 줄어든 고용실적을 올 하반기 이후 메우지 못하면 서민들의 체감경기 회복은 어렵다는 게 재정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따라서 박 장관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재계가 요청하는 규제완화ㆍ개혁을 뚝심 있게 추진해 기업들의 돌아선 마음을 달래고 이를 바탕으로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위해서 최근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는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는 박 장관의 재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