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우리 정부에 나진ㆍ선봉 지역 석유화학 공장과 개성공단 근로자 숙소를 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접촉을 해온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10일 “북한이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나진ㆍ선봉 지역에 석유화학 공장을 건립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이는 부족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한이 요구하는 지원방안에는 개성공단 근로자 숙소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안들은 재원이 여타 사업보다 크게 들지 않아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이 거론되면서 회담 발표 이틀 만에 ‘퍼주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핵화 등에 대한 확실한 보장장치 방안을 논의하기도 전에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 방안이 불거져나오면서 대규모 혈세 투입으로 가뜩이나 위험수위에 이른 재정(국가 부채)이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자체보다 폐기 이후의 한반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남북이 공유할 수 있다면 북핵 폐기에 관한 중요한 과정은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최우선 의제가 돼야 할 비핵화 문제를 논의의 후선 과제로 넘길 수도 있다는 뜻으로 경제지원에 앞서 비핵화 등 ‘주고받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반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정상회담 진행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해 200억달러 규모의 대북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소식통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장 우리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자금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고 산업은행은 ‘중장기 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SOC 14조원, 개성공단 13조6,000억원 등 앞으로 10년간 총 60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가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을 것이라는 보도와 의혹은 지난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을 전혀 모르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행 남북기본법에는 남북관계에서 재정적 부담을 지울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한편 이규택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회담 이후 10월 말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제주도를 답방해 정상회담을 한다는 설이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