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0일] 주택시장 침체 벗어나려면

주택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주택업체들의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무려 25만채에 달한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2만채가 넘어 주택업체의 자금난을 가중하고 있다. 미분양ㆍ미입주 아파트에 묶인 자금이 50조원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다. 미분양이 장기화되면 주택건설 사업자는 자금경색과 금융비용 부담 증가로 도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져 수급불균형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등 국민에게 고통이 돌아가고 국가 경제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상황이 오게 됐을까. 노무현 정권 시절 서울 강남의 재건축 규제 강화와 서울 수도권의 거래규제 강화로 수도권에서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많은 주택업체들은 규제가 덜한 지방 주택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는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ㆍ혁신도시ㆍ기업도시 건설 등 지역 균형개발 정책의 영향이 적잖게 작용했다. 또 정부의 수도권에 대한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주택건설업체가 구사한 지방 중심 주택공급 전략이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더 심화시켰다. 지난해 7월 도입된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주택건설산업을 또 다른 위기로 몰아갔다. 거래 가격의 20% 정도 싼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명분하에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로 소비자들은 이미 공급된 아파트를 외면하고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나오길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거래는 다시 위축됐고 착공된 주택은 미분양 주택으로 전락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었던 수도권 주택시장에까지 미분양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후 집중적으로 분양 아파트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업계의 위기를 초래한 미분양 사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주택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반시장적 규제인 분양가상한제를 철폐해야 한다. 지금 주택건설업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철근 등 원자재 값 폭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당초 정부의 예상과 달리 분양 가격 인하효과와 주변 주택 가격 안정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고 주택업체들의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금융규제를 조속히 완화하고 양도소득세ㆍ종합부동산세ㆍ거래세율을 인하해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지방주택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아울러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역에는 공공 부문의 공급물량을 조정하고 국민주택기금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단기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 최근 발표한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도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주택시장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제도 폐지, 고가주택 기준 상향조정,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면제, 재개발ㆍ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이 해결돼야 한다. 전매제한 완화도 수도권까지 확대해야 한다. 주택업체들도 미분양 현장에 따라 높은 분양가를 인하하는 방안, 분양조건을 개선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안,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자금유입을 증대하는 방안, 분양 채권을 유동화해 일시적으로 자금유입을 증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현 주택시장 침체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 주택건설업계는 물론 주택산업 자체의 기반이 무너진다. 고용 및 연관산업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주택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해 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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