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제 기회의 땅에서 라이벌로 바뀌었습니다."
26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을 이렇게 평가하며 "과거 한국이 일본의 석유화학 산업을 추월했듯이 중국은 이제 한국과 경쟁자인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부상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에서 오래 전 한국을 추월한 중국은 지난 2003년만 해도 미국ㆍ일본ㆍ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이어 4위(590만톤)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현재 중국은 1,630만톤으로 한국(840만톤ㆍ4위)을 훨씬 앞지르며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7년에는 한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중국은 무려 2,690만톤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화학산업 시장 규모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무섭다. 이미 2010년에 미국을 제치고 화학산업 시장 규모에서 세계 1위에 등극했다. 규모도 천만톤급 정유공장이 20개, 백만톤급 에틸렌 공장이 11개에 이른다. 대규모 화학산업 단지만도 100여개에 육박하고 중소 화학 클러스트도 600여개에 달한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에는 거대시장을 얻는다는 목적이 컸다"며 "하지만 이제는 부상하는 중국 화학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시노펙 등 4대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의 성장세는 놀랍다. 일반 석유화학부터 정밀화학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러 이들 상위기업은 원유ㆍ정제ㆍ화학ㆍ물류 등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전과정을 수직계열화하며 중국을 기반으로 한 세계시장 장악의 시나리오를 써가고 있다. 특히 반응기ㆍ열교환기ㆍ시추장비 등 기계ㆍ설비ㆍ제작 및 공정 엔지니어링 사업까지 계열화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은 석유ㆍ가스 등 해외자원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데 결국 이는 석유화학의 원료"라며 "거대자원 확보와 석유화학 산업의 시너지가 가시화되는 것이 한국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시너지 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올 1ㆍ4분기에서 3ㆍ4분기까지 중국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부가가치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의 일반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9.6%)을 2.4%포인트 앞선다.
사실 물량과 범용제품 등에서 한국은 더 이상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2차전지 등 업종 다각화와 기존 범용제품의 업그레이드, 첨단 화학제품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개별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고부가가치 화학소재와 공정고도화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산업구조 고도화 촉진을 위한 정책지원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