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블랙록, 자체 평가 시스템 가동

"국제 신용평가사 못 믿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 전문업체 블랙록이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신용위험 수준을 동일한 등급으로 평가하는 등 자체적인 국채투자 리스크 평가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블랙록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내놓는 국가신용등급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발표시점도 '뒷북치기'여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카자흐스탄ㆍ태국에 이르기까지 무려 23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 사이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규모가 44%에 불과한 태국에 투자할 때 부채규모가 126%에 달하는 이탈리아와 똑같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적용된다고 비판했다.


신평사의 신용등급과 시장지표들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지난 2011년 8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후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2.56%에서 1.79%로 떨어졌고 1월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된 후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3.08%에서 2.0%로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신평사들의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조정과 시장이 반대로 움직인 경우는 올 들어서만도 전체의 53%나 됐다.

블랙록의 벤저민 브로드스키 이사는 "신용평가사들은 시장 상황에 너무나 느리게 반응한다"며 "그들은 항상 상황이 종료된 후에나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블랙록은 신용평가사들이 내놓는 국가신용등급의 신뢰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인 국채투자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2011년 6월부터 각국의 신용도와 관련된 국채리스크지수를 작성했고 최근에는 자체평가를 바탕으로 가장 위험도가 높은 10개 국가 리스트에 스페인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를 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와 함께 포함시켰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를 베네수엘라보다 6등급 위에 놓은 S&P의 신용등급 평가와는 차이가 크다. 또 블랙록은 말레이시아와 러시아를 미국과 같은 등급에 뒀고 프랑스ㆍ영국보다 필리핀이 더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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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스키 이사는 "우리는 각국의 부채상환 의지와 외부자금에 대한 접근성, 금융산업 역량, GDP 대비 부채 규모 같은 재정통계치 등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3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블랙록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존 파이쿠치 S&P 대변인은 "신용도는 시장가격의 단기적 움직임이 아니라 국가 디폴트와 시간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블랙록의 지적을 반박했다. 또 파이쿠치 대변인은 "신용등급ㆍ신뢰도와 관련된 시장지표가 종종 엇갈리기도 하는데 이는 각각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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