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승부는 원점으로

제6보(84~100)



바둑이 주는 교훈의 하나는 일관성이다. 실리면 실리, 외세면 외세를 일광성 있게 추구하는 기사가 승률이 높다. 그렇다고 능소능대한 신축성을 등한히 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이 바둑의 경우에 창하오는 서반 전투에서 기선을 휘어잡아 외세를 멋지게 펼친 바 있다. 그것을 일관성 있게 밀어붙였더라면 이 바둑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흑95가 놓이자 우변에 거대한 흑의 세력권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 흑97의 맥점은 이런 형태에서는 언제나 등장하는 득의의 수순. 이 수를 본 천쭈더9단은 해설하는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흐름이 갑자기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승부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백98로 물러선 것은 최선. 참고도의 백1에 차단하면 흑의 주문에 빠지게 된다. 흑2 이하 6으로 우변이 고스란히 흑의 확정지로 변하는 것이다. 검토실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기자들이 이철용(조선족으로 ‘위기천지’의 기자임)기자를 통역으로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얼마 전에 한국의 국수전 도전자 결정국이 화제의 초점이었다. 도전자 결정전은 3번기를 두어졌는데 조훈현이 이창호를 2대1로 꺾고 도전권을 획득했다. 국수는 루이나이웨이. 이창호가 스승의 리턴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일부러 져주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한참 오고갔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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