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바둑영웅전 제2보

바둑영웅전 제2보쌀 10만 가마짜리 바둑이 끝나고 차를 마시며 환담을 하게 되었다. 『임선생, 여기 사십니까』 사령관이 묻자 임호는 솔직하게 자기의 입장을 얘기했다. 『사실은 이싱에 들어가 장사를 해보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대리점 허가를 얻어야만 이싱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포기하고 상하이로 돌아가려던 길입니다.』 『대리점 허가라면 우리 사령부의 권한 사항이오. 내가 도와드릴 수는 있는 문제인데 조건이 있소.』 『무슨 조건입니까』 『대리점 보증금 5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임선생에게 그만한 자금이 있소』 『지금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상하이의 은행에 예금해 둔 돈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허가를 내드리도록 하겠소.』 그 자리에서 사령관은 명함을 꺼내더니 메모를 적고 도장을 찍어 내밀었다. 임호는 즉시 그 명함을 들고 이싱지구 헌병대를 찾아갔다. 그곳의 헌병대장은 사령관의 친필 명함을 들고 온 임호를 깍듯이 대했을 뿐만 아니라 보증금을 천천히 내도 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임호는 천정부지로 올라간 생활 필수품의 대리점을 열어 몇 달 사이에 400만원의 거금을 벌었다. 『그때 번 돈으로 해방 후에 동해남부선 공사를 맡아 할 정도였으니까 아마 쌀 10만 가마 값은 번 모양이오. 우연히 둔 바둑 한 판이 쌀 10만 가마 짜리였던 것이지. 허허허.』 후일에 임호가 털어놓은 회고담이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7/28 17:0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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