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고 이맹희-이재현 부자의 기구한 상봉

해외 은둔 생활하던 아버지, 중국서 별세 후 운구됐지만

주거제한 장소에 빈소 추가 불구

신장이식수술한 아들 감염우려로 장례식장·장지 동행 어려워

영결식 20일… 18일부터 일반조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오른쪽)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명희(〃 세 번째)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네 번째)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서울대병원에서 구속집행정지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중국에서 별세한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서울대병원에서 기구한 부자 상봉을 하게 됐다. 삼성가의 장자로 태어났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해외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부친이 폐암으로 고인이 돼서야 한국 땅을 밟게 됐고 장남인 이 회장 역시 재판 중인 몸인데다 악화된 병세 중 이뤄진 만남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7일 오후3시께 이 명예회장의 시신이 중국 베이징에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손경식 CJ 회장과 차남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박근태 CJ 중국 본사 총괄부사장이 운구를 진행했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서울대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 회장은 "이맹희 회장께서 자다가 정신을 잃으셔서 병원으로 이송됐고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결국 돌아가셨다"며 "더 살 수 있는 분인데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침통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제출한 구속집행정지 주거제한 변경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주거제한 장소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 추가되면서 오는 20일까지 선친의 빈소를 지킬 수 있게 됐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주거지가 제한된 상태로 입원해 치료 중이다. 이런 처지로 CJ그룹이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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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고통스러워하던 이 회장은 결국 자신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선친의 마지막 길을 지키게 됐다. 하지만 신장이식 수술에 따른 감염 우려가 높아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례식장에는 내려오기 힘들 것으로 전해졌다. 장지에 동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회장은 4월 신장이식 수술 후에도 면역 거부 반응이 이어지는 등 건강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면역 악화와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시키는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 역시 호전되지 않은 가운데 선친의 죽음은 이 회장에게 더욱 큰 정신적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이 회장의 모친 또한 건강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가족 구성원이 모두 기구한 운명 속에 조우하게 됐다.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의 장례를 사망일 기준으로 7일장 그룹장으로 결정하고 그룹 차원의 애도 기간도 17~20일로 정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은 과도한 회식을 자제하고 숙연하게 애도를 표하는 기간을 갖기로 했다"며 "18일 오전9시부터 이틀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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