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내수 선순환 붕괴 세계적 호황 나홀로 소외

올 수출증가율 아시아 최고 성장률은 日빼면 최하위권<br>내수침체 지속·수출도 둔화…내년 성장률 반토막 우려도

올해 세계경제가 30년 만에 최고 호황을 누리겠지만 한국은 이 ‘잔치’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내용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전망과 맥을 같이한다. IMF는 29일 발표한 반기 세계경제 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은 올해 4.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하향 조정한 반면 세계경제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경기회복과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가들의 경제성장으로 30년 만에 최고인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4월의 5.5%에서 4.6%로 크게 낮췄다. 이는 올해 5%대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정부 예상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IMF에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8%(4월 전망치)에서 4.4%로, 내년은 5.2%에서 3.6%로 떨어뜨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7%로, LG경제연구원은 4.1%로 낮췄으며 모건스탠리는 3.8%, 씨티그룹과 CSFB는 4.5%로 전망한 바 있다. IMF를 비롯한 각 경제기관들이 이처럼 올해와 내년의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과 내수의 단절’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양대 세계경제 성장 견인축이 활발히 돌아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홍콩ㆍ싱가포르ㆍ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호황을 누렸지만 유독 한국만은 그 과실이 내수에까지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 국내 경제 전문가들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올해 상반기 40%대에 육박하는 수출증가율은 역사 이래 최고 수준으로 중국보다도 앞서는 것이며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가장 높다”면서 “그러나 성장률은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이를 수출과 내수의 단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들며 “우리 경제는 현재 과거에 나타났던 수출증가→투자증대→고용확대→소비회복의 선순환의 고리가 깨졌다”고 덧붙였다. 수출의 초호황에도 불구,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카드사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가계채무 구조조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소비주체인 가계가 소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한 부류다. 즉 ‘쓰려고 해도 쓸 돈이 없다’는 것. 정 전무는 “IMF와 카드사태 이후 가계채무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데다 청년실업 문제 등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내수침체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이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쓸 데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상장기업들이 보유한 현금만도 44조원에 이르는 등 시중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수출 중심의 전통 제조업에는 산업자원이 집중된 반면 내수부양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은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최근 해외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봐도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쓸 곳이 없고 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게 더 큰 원인”이라며 “현재와 같이 국내 서비스산업이 낙후된 상황에서 본격 서비스시장 개방이 이뤄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수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둔화가 예상되는 내년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유 상무는 “그나마 올해까지는 수출이 유지됐기 때문에 5%에 가까운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내년에는 세계경제 둔화와 국내 통계상의 기술적 반락으로 성장률이 올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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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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