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1일(현지시간) 애플이 지난달 25일 영국 홈페이지에 게재한 삼성과의 특허 침해 판결 관련 공지에 대해 "진실이 아니며 정확하지 않다"며 강력 경고했다. 법원은 기존 공지를 24시간 안에 지운 뒤 새 공지와 정정문을 3일 오전11시까지 홈페이지에 올려 다음달 14일까지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괘씸죄에 걸려 당초 명령한 기간도 2주일 더 늘어난 것이다. 법원은 기술적인 문제로 새 공지를 올리려면 2주일 이상 걸린다는 애플의 해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또 새 공지의 글자 크기도 최소 11포인트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애플의 기존 공지는 홈페이지 왼쪽 하단 구석에 올려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특히 삼성 측 관계자에 따르면 법원은 애플이 명령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쿡 CEO를 비롯해 조너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현 애플 이사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이 감옥에 갈 수 있으며 벌금을 내거나 재산을 압수당하는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은 이번 명령에 대해 애플이 항소할 수 없고 삼성의 모든 법률 비용도 애플이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영국 법원은 지난 7월18일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애플에 삼성의 태블릿PC인 '갤럭시'가 자사의 '아이패드'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지를 홈페이지에 한달 동안 올릴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전자의 제품이 아이패드를 베끼지 않았다"면서도 "삼성의 태블릿PC는 애플의 것만큼 멋지지(cool) 않다"는 내용도 함께 게재했다. 특히 영국 법원은 "다른 나라 법원은 영국 법원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는 내용을 실은 데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애플이 "독일 법원은 삼성전자가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다는 점을 인정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나중에 영국 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됐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은 같은 유럽연합(EU) 국가이기 때문에 독일 법원의 가처분 판결보다 영국 법원의 본안 판결이 우선 효력을 가진다. 로빈 제이컵 판사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이런 일을 하다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애플의 행위는 명백한 명령 위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애플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1일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태블릿PC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고 조만간 가디언ㆍ데일리메일ㆍ모바일매거진ㆍT3매거진 등 4곳에도 사과문을 게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