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경제 대국 중국 '환골탈태 성장기'

■ 격탕 30년(우샤오보어 지음, 새물결 펴냄)

30년간 경제 성장사·기업 흥망성쇠 담아

사회주의서 자본주의 전환 격변기 한눈에

덩샤오핑의 공산당 정치·사회문화도 분석

방대한 자료·취재원 심층 인터뷰 돋보여



우리는 미국에 마이크로소프트(MS)ㆍ구글ㆍIBMㆍGMㆍ월마트라는 기업들이 있는 것을 안다. 이웃한 일본의 도요타ㆍ산요ㆍ히타치ㆍ미쓰비시ㆍ파나소닉 등도 듣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어떤가. 혹자는 하이얼이나 아리바바 등은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익숙하지는 않다. 한국에 비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인식은 싸구려, 짝퉁을 생산하거나 아니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수준이다.

한국인이 잘 알든지 모르든지 중국은 지난 30년동안 급격히 성장했다. 이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서방선진7개국(G7)'을 옛말로 만들고 미국과 함께 'G2'로 불린지도 한참 됐다. 지난 7월 공개된 올해 포춘 500대 글로벌 기업에 중국기업은 무려 100개가 등재됐다.(한국은 17개다.)

'격탕(激蕩) 30년-현대 중국의 탄생 드라마와 역사, 미래(원제는 激蕩30年-中國企業(1978~2008))'는 지난 30년(1978~2008)간의 중국 경제성장의 역사이자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기록이다. 마오쩌둥의 사후 체제의 개혁과 함께 자본주의화와 함께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의 과정을 풀어놓았다.


저자는 1984년을 중국 현대기업의 원년이라고 말한다. 이때 장루이민이 하이얼을, 왕스가 완커를, 류촨즈가 레노버(렌샹)를 각각 창업했다. 이해 광둥성 대외무역졍제위원회에서 외자유치 분야를 맡고 있던 왕스는 이 해 현대과학교육기자재판매센터라는 긴 이름의 회사를 세우고 사료 중개상, 일본 전자제품 수입상, 음료공장의 다방면의 사업을 시작했다. 4년후 회사이름을 완커로 바꾸었는데 오늘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동사개발회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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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35세였던 장루이민은 파산이 임박한 국영 전자공장의 공장장이 된 후 생산품목을 냉장고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회사로 키웠다. 또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에 다니던 류촨즈는 연구소 인근 20㎡ 공간에서 롄상을 시작, 20년 후에는 IBM의 PC사업부를 아예 인수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등장한다.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을 시작한 천춘센을 비롯해 전자업체 TCLㆍ창홍, 최초의 인터넷 회사 잉하이웨이, 전자상거래업체 아리바바, 자동차회사 지리, 중국 최대의 유제품업체 멍뉴, 유통업체 궈메이 등이 그것이다.

구조적인 모순도 빼놓지 않는다. 시노펙ㆍ차이나페트롤리엄ㆍ공상은행ㆍ차이나모바일 등 국영기업들은 석유와 은행ㆍ통신 등 기간산업에서 절대적이고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많은 부분은 개혁개방과정에서 퇴출됐으나 일부는 중국경제 전체의 성장과 함께 더욱 커졌다.

물론 이 책이 '기업사(史)'만은 아니다. 중국 경제가 정치ㆍ사회와 밀접히 관련돼 있는 만큼 덩샤오핑으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공산당과 정치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처음에는 문화혁명 이후의 암흑에서 탈출하려는 개혁시도가 중간중간 타격을 받으면서도 30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대국'을 향한 중국 지도자들의 의지, 중국인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다.

저자인 우샤오보어는 '동방조간'의 기자로, 지난 30년간의 수많은 자료와 취재원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2008년 쓰여진 책이어서 다소 지금의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충분히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책이름에서 '격탕'이란 '심하게 흔들린다'는 중국어다. 한국어로 꼭 번역한다면 '격동 30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4만3,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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