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감사가 남긴 것
감사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부여한 것은 위법 부당한 처분이므로 인수자격 취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또 외환은행 주식가치를 임의로 낮게 산정하는 등 매각자문 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모건스탠리와 헐값매각의 책임이 있는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중간감사 결과나 검찰의 수사 결과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것이라면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정도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 결과 일단 매각과정의 불법행위를 밝혀낸 것은 성과라 할 만하다. 그러나 실익은 거의 없다. 그러니 솔직히 이런 감사ㆍ수사를 왜 했나 의아할 정도다.
론스타의 인수자격 취소는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금감원은 감사원의 적절한 조치 요구에 검찰 수사 때나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단 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론스타 측의 반발로 볼 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게 틀림없다. 자격 적격 여부 판단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이며 그동안 론스타가 은행을 매각해버리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해진다. 다만 외환은행이 ‘뒤끝이 깨끗하지 못한’ 매물이 된 데 따른 매수자의 리스크 부담으로 재매각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이는 론스타의 불이익이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매각 관련자에 대한 문책도 그렇다. 감사원은 외환은행장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라고 했지만 당시 정책결정 라인에 있던 재경부ㆍ금감위ㆍ금감원ㆍ수출입은행 등의 기관과 업무 관련자들는 처벌시효가 지나 주의 등의 경미한 징계에 그쳤다. 당시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경제 전체를 뒤흔들었던 은행 매각 문제가 은행 관계자들과 정부의 중간간부들 선에서 결정됐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하나마나한 문책이니 정부나 관료들의 잘못된 업무태도와 수행에 경종을 울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외환은행 매각 의혹 감사와 수사가 여론무마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3/13 16: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