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7일] 금융시장의 호랑이

누군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장에 무슨 호랑이냐”며 믿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계속 “호랑이를 봤다”고 말한다면 ‘정말 그런가’하면서 믿게 된다.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라는 속담이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다. 바닥을 모르게 추락했던 주가가 반등하는 듯하더니 16일 9% 이상 떨어지며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급등락을 되풀이해온 원ㆍ달러 환율도 다시 130원 이상 폭등하면서 1,370원을 돌파했다.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금융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분산투자로 저가에 우량 주식을 많이 살 수 있다는 적립식 펀드에도 유입되던 돈이 줄었다. 무디스ㆍS&P 등 신용평가사들이 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은 금융회사에 맡겨놓은 돈이 불안하기만 하다. 시중에는 “서울의 대형 A저축은행이 유동성 부족으로 어음을 발행한다더라” “손가락에 꼽히는 대형 B은행이 손실규모가 커서 콜자금으로 연명한다더라” “신용카드사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더라”는 등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축은행은 어음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몇십 년 동안 흑자를 내고 1년에 조 단위 순익을 얻는 은행이 몇 천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망하지는 않는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 3월말 2.67%에서 6월말 2.63%, 9월말에는 그보다 더 낮아지는 하락 추세다.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된다. 말이란 무섭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더 무서운 것은 정부의 신뢰 상실이다. 감독당국은 객관적인 숫자만 내놓으면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금융회사도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리먼브러더스는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한꺼번에 500억달러의 대출 상환 요구가 몰려 한순간에 부도가 났다. 은행 예금인출 사태를 객관적 지표로 파악할 때는 늦다. 고객들의 심리 지표가 앞서간다. 금융시장에는 호랑이가 없다. 그러나 신뢰 잃은 정부가 ‘호랑이’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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