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기주택금융 하반기도입] 은행서 돈빌려 집구입… 20년간 상환

모기지 론(mortgage loanㆍ장기주택대출)이란 말 그대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20여년에 걸쳐 서서히 갚아나가는 것이다. 현행 주택구입 또는 전세자금 대출기간 2~3년보다 훨씬 길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당장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내집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근교 신도시에 시가 1억5,000만원 짜리 25평짜리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하자. 수중의 돈은 5,000만원. 1억원이 부족하다. 이런 경우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빌려 매월 이자를 약 70~80만원씩 내고 만기(통상 3년)가 돌아오면 원금 1억원을 한꺼번에 갚는 게 보통이다. 장기주택금융이 도입되면 단기간에 집중된 상환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내돈 5,000만원을 갖고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리는 것은 같지만 상환은 20년에 걸쳐 이뤄진다. 월75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세제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대출대상은 국민주택규모는 물론 그 이상으로 잡혀 있다. 하반기부터 도입되면 주택이 소유개념에서 소유+주거개념으로 바뀌는 등 수요자인 일반 국민의 생활은 물론 공급자 입장인 은행과 건설사들의 영업형태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장기주택금융이 활성화하면 약 12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기지 론 도입배경=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 때문이다. 일시에 만기가 몰리는 기존대출 구조를 분산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두번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아파트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공사금액의 35% 가량을 선분양 선수금에 의존해 온 건설회사들의 자금난이 우려된다는 점에 있다. 장기주택금융과 프로젝트 파이낸싱기법을 한데 묶어 서민들의 집 마련 부담과 건설사의 자금난을 한꺼번에 타개한다는 의도다. ◇금융시장에도 변화 예고=지난해말 현재 금융권의 주택대출 규모는 약 205조원 수준. 전체 가계대출의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절반정도만 장기주택대출로 전환한다면 금융권의 대출구조가 크게 바뀔 수 밖에 없다. 특히 3년 이내의 단기자금을 받아 단기에 운영해온 은행 등 금융회사로서는 만기구조 불일치도 유념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연금과 생명보험사 등 자금을 장기로 조달하고 운용해야 하는 기관들도 어떤 형식으로든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간 영역분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초기자금 조달방안=제도운영의 핵심은 보증문제. 금융회사들의 장기대출 부실화 우려를 막기 위해 정부는 별도의 보증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가칭 한국주택저당금융공사 설립을 위해 이미 신용보증기금내에서 T/F팀이 움직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산하인 주택신보와 건설교통부의 감독을 받는 KoMoCo(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의 통합신설기관인 공사의 통합기금은 5,858억원. 여기에 정부 예산 4,000억원이 추가출자된다. 자본금 1조원이면 보증여력은 30조~50조원이다. 이 정도면 초기 보증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난제도 적지 않다. 건설업체들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와 장기주택대출간의 만기와 금리, 부실위험도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가 최대의 관건으로 손꼽힌다. 공사 설립을 둘러싼 재경부와 금감위, 건교부 등의 주도권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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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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