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훈련기 20대의 수출 계약을 위해 페루 현지에 있다. 첫 4대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16대는 페루 현지에서 조립하기로 했다. 계약을 위해 페루를 찾은 우리 일행에게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이번 협력은 페루와 기술ㆍ산업협력을 열어가는 첫 사업이자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순간 놀랐다. 서울을 떠날 때 우리 대통령이 하신 말씀과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21번째 이후의 비행기도 한국과 협력해서 생산했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내비쳤고 현재 논의 중인 육군과 해군사업도 성공을 기원한단다. 이어서 가진 육군ㆍ해군 총장과의 면담에서 그 의지가 확인됐다. 지난 시간 겪었던 고초를 싹 잊게 만들었다. 지금은 페루 시간으로 오후11시30분. 다음 일정을 위한 또 다른 회의가 계속된다.
이번 기본 훈련기의 페루 수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브라질이 주도해온 남미 항공시장에 우리가 처음 진출한다는 점이다. 남미국가 간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획기적인 일이다. 둘째,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기회가 기대된다. 페루는 스페인의 부(副)왕국인 데다 오는 2013년부터는 '남미국가연합(UNASUR)'의장국을 맡으며 남미 공동시장 개척에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타 분야의 협력을 유발할 것이다. 페루 지도층들은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동협력을 기대했다. 이미 지난 2011년 8월 자유무역협정(FTA)체결 이후 자동차ㆍ합성수지ㆍ에너지ㆍ광물ㆍ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커졌다.
무기수출을 전쟁으로 인식하거나 마약수출과 동일시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수출하는 무기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이다. 훈련기는 공격용 전투기가 아니다. 무기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수출을 통해 분담하면 서로 이익이 된다. 특히 우리 방위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부예산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시장을 더 확보해서 우리 방산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반상품은 가격과 품질만 좋으면 수출할 수 있지만 방산수출에는 양국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가격경쟁력만으로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출의 성공을 통해 경쟁력이 생기는 특이한 구조다. 페루와 같이 처음 진행되는 프로젝트일수록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 상대 국민들이 한국을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막바지 결실단계에 있는 수출프로젝트들이 여러 나라에 많이 있다. 다음 정부가 오더라도 이 사업들이 차질 없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 열성을 다하고 있다. 그 열정에 휴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