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거포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주포 이승엽(30ㆍ요미우리 자이언츠)이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5일 끝난 아시아 라운드에서 방망이 감각을 조율한 이승엽은 오는 12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되는 2라운드(8강)에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크게 2가지. WBC가 끝나면 당장 새 둥지인 요미우리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고 길게는 1년 후 빅리그 진출의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스프링캠프 때 타격에서 1루수 경쟁자인 조 딜런(31)을 압도하지 못한 채 지난달 19일 대표팀에 합류한 이승엽은 WBC에서 화끈한 파괴력으로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딜런이 허리 통증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은 호재지만 실력만이 요미우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밑천임을 잘 알고 있다. 일본 진출 후 2년째였던 지난해 롯데 마린스에서 30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적응을 마쳐 올해 요미우리에서 아시아 홈런왕다운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WBC는 세계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승엽은 앞서 지난 4일 중국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 4타수 4안타 5타점의 호쾌한 장타력과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며 팀의 10대1 대승과 8강 진출 확정을 이끌었다. 5일 오전 현재까지 홈런은 일본의 다무라 히토시(요코하마 베어스타스)와 공동1위에 올랐다. WBC 8강전은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이승엽에게 더 없는 ‘홍보 찬스’이기도 하다. 대회 기간 빅리거들로 구성된 미주 팀들과 맞닥뜨리게 돼 있어 스카우트나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자연스레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이미 아시아 라운드가 펼쳐진 도쿄돔에는 토미 라소다 LA 다저스 부사장, 샌디 앨더슨 샌디에이고 사장 등과 테드 하이드 시애틀 매리너스 태평양 담당 스카우트 등이 찾아 관전을 했다. 이승엽이 WBC 2라운드에서 요미우리 주전 낙점과 1년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 타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