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계 대기업 공공사업 참여 제한] 공공급식·MRO시장 등 국내기업과 역차별 논란 해소 기대

아라코·오피스디포 등 '무늬만 중견기업' 배제

중견기업특별법과 함께 7월21일부터 적용될 듯

중견기업특별법 시행령이 오는 7월 발효되면 아라코·오피스디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은 공공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대전청사에 입점한 아라코 운영 구내식당의 모습. /사진제공=중소기업청


정부가 외국계 대기업 한국법인을 중견기업 범위에서 제외시켜 대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공공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동안 중견·중소기업 참여 확대를 위해 국내 대기업을 퇴출시킨 공공시장에서 규제 사각지대인 외국계 기업들이 마음껏 활개를 쳐왔다.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라코 등 외국계 기업은 모기업의 자산과 매출이 국내 대기업과 맞먹거나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국내 기업으로 한정해 중견기업으로 분류하는 입법 미비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이 아무리 크더라도 한국지사나 출자회사일 경우 국내법인의 매출액, 자본금, 종업원 수만 따지는 허점을 악용해 중견·중소기업 혜택을 고스란히 누려온 것. 실제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구내식당 사업의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입찰에서 배제됐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입찰에 참여해왔다. 그 결과 세계 3대 급식업체인 미국 아라마크의 자회사인 아라코는 현재 공공기관 급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라마크는 자산총액이 우리 돈 5조원 이상으로 연매출은 15조원을 넘고 직원만 26만명에 달하는 공룡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규정상 중견기업인 까닭에 아무런 제재 없이 중견·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 구내식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아라코는 풍부한 노하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현재 정부세종청사·대전청사를 비롯해 신용보증기금·건강보험심사평가원·기술보증기금·도로교통공단·다산콜센터 등 총 11개의 공공기관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오피스디포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 대기업이다. 전세계 1,6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연매출이 12조원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중견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누가 봐도 명백한 대기업이지만 미국 본사가 아닌 중소기업 규모인 가맹점이 조달시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공공사업 참여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기업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 참여를 제한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 유통상에 비해 IT시스템과 서비스 등에서 경쟁력이 월등한 오피스디포가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실제 지난 2012년 말 조달청은 오피스디포와 공공 MRO 시장의 80%에 달하는 물량에 대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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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조달청은 오피스디포와의 공급계약을 경남 지역 1개 권역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시장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탓에 오피스디포는 언제든 다시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달리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외국계 기업 듀프리는 최근 관세청의 조치로 논란이 일단락됐다. 지난달 관세청이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면세점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중견기업 범위를 3년 평균 매출액 5,000억원으로 제한한 결과다. 듀프리는 세계 2위의 외국계 면세점으로 2012년 매출액이 40억달러에 이르는 스위스 기업이다.

이 같은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 외에도 규모에 따라 외국계 기업을 분류하는 작업은 이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기업과 똑같이 중소기업 졸업기준을 적용 받아온 반면 중견기업 졸업 기준(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적용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외국계 기업은 중소기업 졸업 기준 중 독립성 기준(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법인이 주식 등의 30% 이상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하면서 최다출자자인 기업)에 해당할 경우 자동으로 중소기업을 졸업해왔다.

정부와 업계는 외국계 대기업을 중견기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중견기업특별법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특별법 시행령에서 다루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중기청이 작성한 초안은 부처 협의 중으로 이번주 내 부처 협의를 거쳐 향후 이견 조정,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아직 과정이 많이 남아 시행 여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만큼 시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용이 포함된 시행령이 최종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21일 함께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2,500여개(관계기업 제외)의 중견기업 가운데는 외투기업이 700개 정도 되는데 이들 기업의 자산총액을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아라코가 대기업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외국계 기업을 중견기업에서 제외하는 안은 부처 간 협의 중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얘기가 나온 만큼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기업을 특별히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국내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자는 것으로 반발이나 통상 문제는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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