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글렌 그린월드는 "당신이 흥미를 가질만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린월드가 이를 무시하자 발신자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그린월드의 친구인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포이트러스는 컴퓨터에 암호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발신자와 접촉했으며 철저한 비밀 접선 끝에 지난해 6월 그린월드와 함께 홍콩에서 발신자를 만났다. 발신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 이후 '미국 정보당국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며 국가 기밀을 폭로해 지난해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의 주인공이다.
스노든은 NSA와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에서 빼낸 수백만 건의 일급비밀 문서의 실체를 이들에게 알렸다. 스노든이 건넨 정보에 따르면, NSA는 수백만 명으로부터 전화 기록, 이메일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상당수 IT 기업들이 NSA와 엮여 있었는데, NSA는 이들 기업의 서버에 직접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디언은 곧바로 특종 기사를 준비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한 감시활동 폭로기사가 1탄이었다. 기사 보도 예정 사실을 접한 미국 백악관은 가디언 설득에 나섰고 동시에 영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가디언은 그린월드의 이름으로 첫 기사를 내보냈으며 기사 두 편이 연속해서 나갔다. 후속 기사에선 오바마 미 대통령이 관료들에게 미국의 잠재적인 해외 사이버 공격 대상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내용까지 보도됐다. 보도 직후 스노든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IT 천재이자 수배 대상 1위가 됐다. 스노든은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홍콩을 탈출해 에콰도르로 가던 도중 러시아에서 발이 묶여 임시망명자로 숨어 살고 있다.
마치 드라마와도 같은 스노든의 이야기를 담은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가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가디언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프리랜서 기자 루크 하딩으로, 스노든의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진 성장기, CIA에서 일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낀 일화, 가디언 특종 보도 관련 뒷이야기 등을 소설 같은 문체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국가라는 절대 권력에 맞서 '자유'와 '정의'라는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한 개인의 삶이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