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포~베이징 노선 반쪽짜리 전락

국토부, 하루 왕복 1회만 배분<br>'오전 출발·오후 귀국' 불가능<br>비즈니스 수요 해소 목표 퇴색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김포~베이징 항공노선이 반 쪽짜리로 전락했다. 비즈니스 수요를 해소한다는 목표가 퇴색해 노선의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모든 것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의 책임이라는 지적이다. 1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최근 김포~베이징 노선에 취항하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중국국제항공ㆍ중국남방항공의 운항시간이 확정됐다. 하지만 항공사의 스케줄이 대부분 출국 후에 곧바로 돌아오게 계획돼 있어 현지에서 하루 만에 업무를 보고 돌아오는 비즈니스 노선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적사인 대한항공은 오전9시30분 김포를 출발해 10시35분(현지시각)에 베이징에 도착하고 11시50분(현지시각)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오후2시55분에 도착하도록 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전8시50분 김포를 떠나 9시45분에 현지에 도착한 뒤 10시55분에 다시 이륙해 오후2시에 김포로 오는 일정을 승인 받았지만 이를 전체적으로 1시간씩 늦추기로 했다. 중국남방항공도 현지에서 오전에 한국으로 오고 점심 때 돌아가는 일정이다. 중국국제항공만이 유일하게 오전(9시25분)에 김포에서 출발하고 저녁(6시45분)에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스케줄이다. 국적사 비행기를 타고 '오전에 출장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지 공항 사정상 비행기가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빨리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스케줄이 이렇게 정해졌다고 항공사 측은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전에 김포에서 출발해서 당일 들어와야 한다면 인천으로 귀국할 수도 있고 저녁에 들어오는 중국 항공기를 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인천으로 들어오면 다시 김포까지 와야 하고 편도로 항공권을 구입하면 운임료가 2배 가까이 오른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중국국제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회원사로 코드셰어(공동운항)가 가능하지만 대한항공 이용객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책임은 애초에 노선을 한 항공사에 하루 왕복 1회만 제공한 국토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최소 하루 2회는 운항을 해야 오전과 오후에 각각 김포와 베이징에서 출발할 수 있는데 운항권을 항공사별로 나눠줬기 때문이라는 것.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베이징 노선을 줄여서라도 김포~베이징 노선을 취항하자며 주 14회 운항권을 모두 달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논리였다. 그러나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공평하게 주 7회씩 운항권을 배분했다. 표면적으로는 양사의 경쟁을 통해 항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운임 인하를 기대한 것이라지만 결국 이를 기다려온 이용객 입장에서는 반 쪽짜리 비즈니스 노선이 돼버렸다. 한 달에 2~3회 베이징 출장에 나선다는 박모(34)씨는 "정책을 결정할 때 좀 더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봤다면 이렇게 됐을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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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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