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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딸의 이름으로 24년 노 골드 恨 푼다"

한순철 복싱 라이트급 준결승 진출

김광선과 박시헌. 복싱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이자 한국 복싱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다. 한국 복싱은 1988 서울 대회 이후 24년째 '노 골드'로 고개 숙이고 있다.

24년 만의 부활을 벼르는 한국 복싱의 자존심이 한순철(28ㆍ서울시청)의 두 주먹에 걸렸다. 세계랭킹 19위인 한순철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급(60㎏) 8강에서 파즐리딘 가이브나자로프(우즈베키스탄)를 16대13 판정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복싱은 3ㆍ4위전이 없어 한순철은 이날 승리로 최소한 동메달을 확보했다. 올림픽 첫 출전인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체중 감량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16강에서 짐을 쌌던 한순철은 두 번째이자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서 단단히 일을 낸 것이다.


모든 이에게 올림픽은 특별하지만 한순철에게는 더욱 각별하다. 스물두 살 '대학생 아내' 임연아씨와 두 살배기 딸 도이를 위해 링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9년 만난 한순철과 임씨는 혼인신고만 했을 뿐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군입대도 미루고 올림픽 메달만을 바라봤던 한순철은 런던에서 빛을 본 강펀치로 소원을 이뤘다. 오는 12월에는 정식으로 웨딩 마치도 울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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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에서 세계 2위를 꺾고 8강마저 통과, 결승 문턱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눈부시지만 한순철은 아직 글러브를 벗지 않았다. 극심한 침체에 빠진 한국 복싱을 일으켜 세우려면 두 계단을 더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순철은 "(신)종훈이가 자기 몫까지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준결승을 넘어 꼭 금메달을 따서 복싱의 인기를 살리는 데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신종훈(23ㆍ인천시청)은 라이트플라이급(49㎏)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16강에서 비교적 약한 상대를 맞아 1점 차로 충격 패를 당했다. 후배 신종훈을 대신해 한국 복싱의 그늘진 역사를 끝내려는 한순철은 11일 오전5시15분 에발다스 페트라우스카스(리투아니아)와 결승행을 다툰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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