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31일] 출범 100일 앞둔 MB정부의 과제

다음달 3일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몇몇 정치학과 교수에게 새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뭐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변 가운데 가장 많은 얘기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충고였다. 대통령 혼자 돌격대장식으로 나서 북 치고 장구 치듯 하면 안 된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많았다. 한 교수는 대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이명박(MB)호에 전격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성추문 사건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클린턴도 취임 초기에는 큰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고향인 아칸소 출신 측근을 기용하고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보건의료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며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다. 독불장군식 정책운영의 문제점을 깨달은 클린턴은 곧바로 국정운영 원칙을 수정했다. 아칸소 사단 대신 정부 업무에 정통한 전문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고 시스템에 뿌리는 둔 관료들의 전문지식에 귀를 기울였다. 취임 초기 흔들리던 클린턴 행정부는 안정적인 항로를 찾기 시작했고 정권 말기까지 순풍에 돛을 단 듯 항행했다. 힘의 분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좌우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 우리 정부에도 이젠 어느 정도 안정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의 토양이 갖춰져 있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챙기기보다는 안정적인 시스템에 따라 국정업무가 처리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할 때라는 얘기다. 권력 분산의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로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책임총리론을 거론하는 이들도 많다. 대통령제에서 총리 일이라는 게 결국 대통령을 보필하는 것인데 책임총리가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처럼 정국이 뒤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혼자 총대를 짊어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한 교수의 충고는 가슴을 울린다. “국가 지도자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순간 국민은 더 이상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100여일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젠 대통령이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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