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냉방용 전력수요가 폭증한 탓이다.18일 하오3시 우리나라의 순간 최대 전력사용량은 3천3백30만㎾를 기록,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종전 피크였던 작년 8월13일의 3천2백28만㎾보다 1.3% 증가한 것이다. 이날 순간 최대 전력사용량 기록은 올들어 처음으로 예년보다 1개월 정도 빠르다. 전력예비율도 6.4%에 불과, 수요량을 맞출 수 있는 적정 예비율인 10%선을 크게 밑돌았다. 이상고온현상이 앞으로 계속된다거나 발전소가 한 두곳 고장이 날 경우 제한송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전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해마다 이맘때면 전력난 해소를 위한 각종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력비상은 여전하다. 도대체가 수요예측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0년대초 장기전력수급대책을 세우면서 수요예측을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 이에따라 발전설비 확충은 지지부진한데다 산업용 전기와 냉방용전기 수요는 급증, 공급이 따라가 주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평시기준으로 3천8백15만㎾다.
반면 예상 최대 수요량은 3천6백12만㎾로 공급 예비율이 5.6% 수준이다. 이는 전년도 공급예비율 6.2%보다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그만큼 전력비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올 여름철 전력수급의 최대변수는 에어컨 사용량이다. 불황으로 산업용 수요는 제자리 걸음인데 반해 에어컨의 신규보급대수는 지난해(1백3만대)보다 15% 늘어난 1백18만대에 달하고 대형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른 냉방전력 비중은 전체전력 수요중 지난해의 20.5%에서 올해는 22.1%로 높아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전기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소비도 억제하고 발전소 증설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소비에 길들여지면 생활패턴을 고치기가 어렵다.
결국 전력난은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려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 건설중인 발전소는 17개소 4백22만㎾에 달한다. 정부와 한전은 건설중인 발전소 조기준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님비(NIMBY)현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력은 나라의 대동맥이다. 발전소 건설에 지역이기주의가 끼어 들어서는 안된다. 정부와 한전은 발전소 건설과 관련, 지역주민의 설득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소비자도 전력 비상시 절전에 나서야 한다. 에어컨 가동때 온도를 1도 정도만 낮추면 전력이 7%절약 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