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네르바, 40분만에 올 경제전망 완성"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대성(31)씨가 검찰에 2009년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분석한 A4 1장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박씨를 체포한 후, 그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올해 경기예측을 써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문가가 쓴 글로 착각하게 할 만큼 어휘 구사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지만, 전망이 평이한 데다 비문도 섞여있어 박씨가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정확히 예측했던 실제 미네르바와 동일인물 인지에 대해서는 여전이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박씨는 ‘2009년 한국경제 실물경기 예측 동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1/4분기는 크게 해외 주요 수출국 내수 시장 위축에 따른 국내 수출액 감소가 역파급 효과로 국내 실물경기를 타격하는 악순환으로 볼 수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망해 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씨는 이 같은 근거로 ▦대중국 수출액 비중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25~30%의 감소추세로 돌아섰고, ▦중국 경제가 5~8%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환율이 2007년 4분기 대비 30%이상 폭등했다는 점을 들었다.
박씨는 “기업의 재고율이 129.6%(지난해 11월 기준)로 상승함에 따라 물류비 지출이 증가하고 조업이 단축돼 근로자의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며 “이는 개인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33%의 일반 자영업자들이 2005년에 이어 올해 2차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박씨는 “중소기업 도산 방지를 통한 고용보장으로 개인별 구매력을 확보하고, 주요 수출국가 내의 내수 침체로 인한 국내 수출의 감소분을 내수 시장의 자체 구매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씨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40여 분만에 올해 경기 예측을 `뚝딱' 만들어 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8∼11월 월별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을 그린 꺾은선 그래프도 삽입, `전문적인 느낌'이 나도록 글을 작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서핑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짜깁기'하는 능력이 남다르게 탁월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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