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정책 충돌..문제 없나

정부정책이 집행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내외 상황을 감안한 정책 우선순위는 반드시 설정돼야 하며 이를 무시하면 정책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아니라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임박했다는 해외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경제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으며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는 대외적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한국경제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경기는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고용 창출력과 산업 전후방효과가 큰 건설경기는 여전히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 투기 억제책과 건설경기 활성화 정부는 `투기로 인한 이익은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대원칙 아래 국세청.경찰까지 동원한 투기억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5.4 부동산대책'은 ▲내년부터 1가구2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고 ▲ 2∼3년후에는 모든 주택을 실가과세로 전환하며 ▲ 빠르면 2007년부터 기반시설부담금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택지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국가로 환수한다는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서울.경기.대전.충남.전남 지역의 19개 기초자치단체를 투기 발생 예상지역으로 특별히 지정하고 부동산거래동향 파악전담반 212명을 투입해 투기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초고층 재건축 불허 ▲건설사 세무조사 의뢰 ▲주택거래 허가지역내 투기거래 의심자 소환조사 ▲임박한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취소.중지 ▲ 정부 부동산투기 합동점검반 발족 등의 조치를 이미 취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노력은 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면서 거듭 확인한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부동산투기는 막고 주택경기는 살리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억제하되부동산.건설경기는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방위적인 투기억제책은 아직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부동산.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오고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의 건설기성은 작년 동월보다 3.0%가 늘어나는데그쳐 여전히 부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언제 회복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시장이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면역이 돼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세제나 행정력을 동원하기 보다는 시중의 유동 자금이 부동산 이외의 다른 투자처를 찾아갈 수 있는 물꼬를터 주고 공급 측면의 정책을 동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승우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건설경기가 전반적인 경기회복에 매우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투기현상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외국자본 세무조사와 외국자본 유치 국세청은 지난달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자본 `칼라일'과 `론스타'가 보유한 펀드들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영업활동을 통해 부당한 차익을 거둬들였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 부동산 등에 투자한 뒤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조세협약 등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국민적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설정과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제공 등을 통해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부총리가 지난달 27일 해외 재경관들에게 편지를 보내 "각국의 세제.금융.외환 등 훌륭한 정책을 벤치마킹할 예정인 만큼 각국의 정책에 대해 보고하라"고 강력히 지시한 것도 결국은 세계화시대에 각종 제도를 글로벌스탠더드 수준으로 개선해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의지와 연결이 된다. 정부가 총리주재 서비스관계장관회의를 새로 만들면서까지 외국의 법률.교육.의료 분야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외국자본 수용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뜻이다. 정부는 현재 역외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만 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국채선물시장에 펀드조성이나 직접거래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 완화도검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지헌 연구위원은 "외국인투자 유치를 하면서도 외국자본에 대한세무조사도 원칙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면서 "다만, 세무조사가 표적조사처럼 인식돼 외국자본이 반감을 갖게 되면 역효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해외투자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훼손 정부는 이달말까지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아래 여론 수렴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해외투자활성화 태스크포스(TF) 팀'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개인의해외부동산 취득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부동산 펀드가 실제로 해외부동산에 투자할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한편 ▲기관 투자가들의 해외 증권투자도 활성화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는 불어나는 달러화가 원.달러 환율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다가는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자본유출을 더욱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자본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면 국내 재원이 줄어들어 성장 잠재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칸 태우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수도권유치와 지역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수도권 발전대책도 정부정책의 충돌사례에 해당된다. 정부는 현재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수도권에 공동화 현상이나타나는 것을 막고 수도권을 경제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아래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 완화의 범위와 속도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해소를 통해 수도권을 경제수도로 육성할 방침이지만 지역과수도권의 발전을 병행하는 것을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간의갈등이 빚어지면서 정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지만 수도권에대한 규제를 전폭적으로 완화할 경우 지방의 기업도시 건설 등의 지역균형발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수도권발전대책의 수위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유치를 통한 수도권발전'이라는 두가지 사안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정에서 균형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 연구위원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와 지자체들은 정치 논리를 배제한채 우선 순위를 정해 합리적인 조정에 나서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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