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5일] 원조정책, 개도국 눈높이에 맞춰라

연말 연초에 가장 많이 받는 보도자료는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것이다. 정부부처 장관, 공기업ㆍ민간기업 대표 등의 주요 인사들은 보육원ㆍ양로원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약간의 선물도 나눠준다. 바쁜 와중의 어려운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례적으로,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활동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종종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간혹 수혜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으로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중국ㆍ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저마다 아시아ㆍ중남미ㆍ아프리카 대륙의 후진국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하듯 도로를 깔고 다리를 놓아준다. 베트남ㆍ라오스 등 특정 국가들은 지원 정도에 따라 원조를 골라 받을 정도니 일종의 원조전쟁인 셈이다. "중국은 절대로 그랜트(Grantㆍ무상원조)가 아닙니다. 그들은 토지 일부 개발권이나 자국인 이주요청 등 뒤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노리고 원합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라오스 정부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들 개도국 사람들은 비록 선진국에서 원조를 받을지언정 자국의 실리를 취하는 선진국의 속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묻는다. "왜 여러 국가가 특정 도시, 특정 분야 지원에만 매달리느냐고." 과거 우리가 원조를 받던 시절과 달리 지금 그들은 TV로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고 아이폰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정도로 정보 접근성이 높다. 그래서 그들은 선진국들의 원조가 '지원' 자체가 아닌 앞선 이들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되지는 않을지 속으로 걱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앞으로 ODA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계기로 올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집행 규모를 4,700억원으로 지난해(3,500억원)보다 30% 이상 늘리는 등 지원예산을 확대했다. 하지만 단순히 지원 규모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원조 규모로 한국은 중국ㆍ일본 등 타 국가에 상대가 될 수 없다. 제한된 예산이라도 그들이 필요한 분야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분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그러면 실리는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주는 국가가 아닌 받는 국가가 원하는 원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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