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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씨에허는 달랐다

제12보(172∼189)



백72는 둘 곳이 없으므로 뿌려본 변화구의 일종이다.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차단하는 수가 성립되어야 하느데 그게 잘 안된다. 흑은 무조건 4로 끊을 것이다. 백도 5로 끊어서 외줄타기 수상전인데 딱 한 수 차이로 백대마가 몽땅 잡힌다. 백74는 던지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버티어볼 수밖에 없다. 좌변의 흑대마를 마지막으로 한번 위협해보고 그게 안되면 던질 작정이다. 그러나 검토실에서는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좌변 흑대마는 잡힐 돌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왜 던지지 않고 치사하게 더 두느냐고 힐난하지도 않는다. 이세돌의 심정을 모두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번타자를 자원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세돌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은 물론 10연승.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3연승 이상을 해서 연승상금을 챙길 작정이었다. 그런데 고작 2연승으로 끝나야 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완전히 스타일 구겼구먼."(서봉수) 흑85는 어서 던지라는 수순이다. 이 수로 88의 왼편에 두어도 되지만 씨에허는 한껏 표독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흑89를 보고 비로소 던졌다. 백88이 놓였을 때 한상훈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을 사이버오로에 올렸다. "패인이 뭐여?"(필자) "이세돌이 너무 엷게 두다가 당한 겁니다."(윤현석) 언제나 이세돌은 엷게 두는 편이다. 그것을 대개의 기사들은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다. 그런데 씨에허는 달랐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꾹꾹 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둔한 칼로 정확하게 마왕의 목을 베어버렸다. 189수끝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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