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집과 농지 주변을 감시하던 CCTV를 드론(무인비행체)으로 교체했다. CCTV만으로는 사각지대까지 지켜볼 수 없지만 공중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드론은 모든 곳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농약 살포를 위한 드론도 따로 보유하고 있다. 물론 A씨는 이를 위해 각 드론을 정부에 등록하고 조종 자격증까지 받았다. 또 매년 보험금도 납부한다.
'마이 드론' 시대가 열린 뒤 우리가 맞게 될 일상의 모습이다. 현재 드론 등 무인기는 주로 군용·재난안전용 등 공공목적으로만 쓰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인 1드론을 보유한 '마이 드론' 시대가 수년 내에 도래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치 퍼스널컴퓨터(PC)의 등장으로 컴퓨터 산업 전체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드론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 것도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 관련 제도를 준비해놓지 못하면 관련 산업이 싹도 틔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다.
실제로 현재 국내 드론 관련 제도는 항공법 내 12㎏ 이하 초경량 무인기에 대해서만 존재한다. "사고가 날 경우 피해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중대형 드론에 대한 '불가입장'만 명확할 뿐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 제도는 전무하다. 초경량 무인기에 대한 제도마저도 유인항공기 관련 제도에서 파생된 것이다 보니 야간 비행 불가, 국토교통부·교통안전공단 등 부처별로 나뉜 번거로운 안전검사 절차 등 제약 사항이 많은 실정이다.
드론에 대한 제도는 물론 전용 주파수 대역도 없다. 현재 드론을 조종하는 무선기기의 출력 허용 범위는 10㎽(밀리와트)에 불과하다. 이것으로는 고작 100~200m 밖에 날아갈 수 없다. 인공지능기능이 장착됐다 해도 사람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면 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은 기존 항공기용 주파수 대역 가운데 최하단인 960~977㎒ 대역을 무인기용으로 떼준 상태다.
항공법상 규정돼 있는 비행지역ㆍ고도제한 등도 문제다. 특히 3㎞ 이상 비행시부터 국방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원자력발전소 반경 15㎞도 비행 제한으로 묶여 있다. 원전 주변이 대부분 농약살포용 드론이 필요한 농지인데도 말이다. 현재 재난안전ㆍ군용으로 납품되는 드론은 특수목적이기 때문에 제도와 무관하게 부처 간 협의로 임의 허가되는 상황이다.
물론 무턱대고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비행체가 많아지면 충돌 가능성이 높고 사생활 피해와 같은 부작용 등도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한다. 미국 등 드론 관련 제도 논의를 일찌감치 시작한 나라들도 아직 이 같은 고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 같은 규제개선 효과와 부작용을 모두 감안해 제도 개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드론에서도 핵심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산업 육성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제까지의 논의처럼 드론을 유인항공기의 별종으로 보고 기존 법률 안에서 제도 정비를 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등록·자격증·보험 등 드론과 관련한 모든 것을 자동차관리법과 같이 별도 법률로 독립시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 초기에는 항공법 등 기존 제도를 어느 정도 손본 정도에서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금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고 방지 등과 관련해서는 항공기의 관점에서 일부 규제를 하더라도 이용자와 관련해서는 자동차나 전자기기와 비슷한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드론은 PC의 등장처럼 유인기와는 전혀 새로운 기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항공사와 군에서만 소수로 보유하고 통제를 엄격히 하는 유인기와 달리 드론은 앞으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늘을 난다는 것만 같을 뿐 사람ㆍ화물 운송이 주목적인 유인기와 달리 드론은 개인취미 촬영용, 농약살포용, 보안용, 재난안전용, 정보전달용 등 그 사용 목적이 훨씬 넓다. 게다가 제한된 형태와 크기·용도·선호에 따라 시장과 수요가 무궁무진하게 창출될 수 있어 새로운 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국내 드론 제작업체인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지금은 소형 드론만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뒤 기술 성숙기를 대비해 대형 드론 상용화를 연구 중"이라며 "앞으로 1인 1드론 시대를 맞게 될 텐데 관리 정부부처, 보험 책임, 등록제 등 여러 제도적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호성 항우연 항공기획실장은 "지금까지는 드론도 항공법의 틀에서만 생각했는데 아예 그 틀을 벗어나 항공과 자동차의 중간 형태에서 제도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