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내수부진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진단이 달을 거듭할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미약한 회복세'라고 밝혔던 진단이 지난달 '전반적 부진한 상태'를 거쳐 이번 달에는 '성장세 둔화'에 방점이 찍혔다. 생산뿐만 아니라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11월 들어 수출까지 감소한 탓이다.
KDI는 4일 경제동향을 통해 "경기 관련 주요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 부문이 부진하면서 10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김성태 KDI 부연구위원은 "제조업 출하도 감소로 전환되면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재고율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어 향후 생산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3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6월(100.1) 이후 1년 4개월 만에 기준점까지 떨어졌다.
소비도 부진한 모습이다.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가 감소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내구재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심리지수도 올해 들어 가장 낮은 103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8%나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5%로 2009년 5월(73.4%)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낮은 소비 탓에 투자수요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중국,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마저 감소했다. 11월 수출은 △대중국 -3.2%, △대EU -6.7% △대일본 -24.4%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1.9%가 줄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주요 내수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감소로 전환되는 등 우리 경제의 총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내수부진 및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