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부처 업무보고] 공정거래위원회

SK·CJ등 금융자회사 소유 가능<br>비은행 지주사에 제조업 계열사 허용 검토<br>사모펀드 규제 풀어 대기업들 M&A 쉽게

‘SK와 CJ그룹은 금융자회사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GE식 혼합 지주사 등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 지주회사에 대해 금융 자회사 소유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공정위 안과 별개로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이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 안이 시행되면 제조업과 금융자본 간의 경계가 같이 허물어 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들이 만든 사모투자펀드(PEF)가 제조업을 소유할 때 적용되는 15% 의결권 제한도 한시적으로 풀어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이 주축이 된 사모투자펀드가 만들어져 재벌의 기업사냥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지주사, 증권ㆍ보험 자회사 허용=공정위는 업무보고에서 일반지주회사가 은행을 제외한 보험ㆍ증권ㆍ저축은행ㆍ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업 소유를 금지하고 있고 소유시에는 4년 내에 처분하도록 돼 있다. 공정위 계획이 실현되면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와 CJ 등은 금융 자회사(SK증권ㆍCJ창업투자)를 매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두산과 동양ㆍ한화ㆍ코오롱ㆍSTX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도 쉬워진다. 금융위는 이와 별개로 비은행지주회사(보험ㆍ증권)로 하여금 제조업 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와 금융위 안이 동시에 시행되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는 사실상 무너진다. 공정위의 한 당국자는 “한국도 미국 GE그룹처럼 제조업이지만 금융회사를 거느리는 등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배구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심을 끄는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이 주축이 된 보험 지주회사로 삼성전자 등 제조업 소유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보험지주회사로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수 있지만 이 경우 복잡한 출자 관계를 해소해야 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공정위 사무처장은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 출자는 계속 금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기업사냥 시장에 뛰어든다=10대 기업집단이 보유한 현금성 여유 자산은 9월 말 기준으로 43조원. 문제는 현행 제도상 대기업들은 기업사냥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수합병(M&A)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든다고 해도 대기업들이 만든 PEF의 경우 제조업을 소유하게 될 경우 의결권이 15%밖에 인정되지 않아 여력이 별로 없다. 공정위는 앞으로 M&A 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 자본의 참여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놓은 것이 대기업들이 만든 PEF에 대해서는 5년 간 의결권 제한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지주회사 소속 PEF에 소유지분율 요건(상장 20%, 비상장 40%), 비금융회사 소유금지, 출자단계 제한 등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마디로 지주회사 소속 PEF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기업 지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올 3ㆍ4분기 기준으로 주요 그룹별 현금자산 보유 현황을 보면 삼성이 12조4,4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7조7,259억원), LG(6조1,559억원)순 등이다. PEF 규제가 풀리면 삼성ㆍ현대차ㆍLG 등 주요 그룹들이 의결권 등에 제한을 받지 않고 PEF를 통해 기업 지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 계열사 판단 기준이 되는 동일인 친족범위도 현행 혈족 8촌에서 6촌으로 완화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함께 도입될 예정인 기업집단의 공시제도에 기존 비상장사 공시와 내부거래 공시제도를 통합시켜 공시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이 같은 규제완화에 대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금산분리 벽이 무너지고 PEF 규제가 풀리면 이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볼 집단이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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