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추석경기 명암] 재래시장 '썰렁' 백화점은 '북적'

『일손이 부족해 개인택시를 동원해 배송할 지경입니다』(롯데백화점 영업과장)재래시장과 백화점간 추석경기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추석대목 때만 되면 지방상인들이 몰려들어 심야쇼핑을 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추석을 1주일 남짓 남겨둔 17일 새벽2시. 이곳은 전같은 추석대목의 활기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예년 같으면 손님들이 비좁은 통로를 꽉 채워 발디딜 틈 없었던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은 요즘 어느 곳을 가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방상인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들도 주변 대로에 군데군데 주차해 있을 뿐, 오히려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다. 남대문시장의 삼익상가에서 의류 도·소매상을 하는 최관용(崔寬龍·38)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껏 추석대목에 대한 기대를 가졌지만 솔직히 지금은 매기가 없어 죽을 맛』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가 이제야 닥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올해 추석대목의 재래시장의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남대문과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게다가 올해는 가격마저 10~20% 정도 내려가 상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로 저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있는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늦더위가 이어지는 것 또한 이같은 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동대문 동평화시장 내에 있는 패션타운 「우노꼬레」에서 숙녀복을 판매하는 김춘자(金春子·46)씨는 『어쩌다 물건을 팔더라도 날씨변화로 손님이 나중에 반품을 요구할까봐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이와 반대로 추석 선물주문이 폭증하면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20~40% 늘어나는 바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물가폭등으로 선물세트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10% 정도 올랐는데도 경기호전으로 여유가 생긴 기업들로부터 단체주문이 쇄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백화점의 경우 선물용으로 수요가 많은 상품권 판매가 150~200%나 늘어났으며 멸치나 한우선물세트 등 일부 품목은 판매개시 3일 만에 동이 나 추가제작에 나섰다. 백화점의 선물세트 판매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배달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롯데백화점은 서울시내 지리를 잘 아는 개인택시 200대를 전세내 선물을 배달하기까지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이창환(李昌煥) 부장은 『지난해에는 추석선물에 대해 감히 엄두를 못내던 사람들이 최근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체면을 생각해 올해는 꼭 추석선물을 하려는 것 같다』며 『추석특수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데다 고객의 선물 주문물량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구동본기자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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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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