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서 소비까지 디지털화, 효율 극대화"제일제당 전 직원이 한 컴퓨터 화면에서 자신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총예산 1,000억원에 달하는 제일제당의 디지털신경망(DNS) 구축 프로젝트를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현(43) DNS추진팀 상무.
그는 지난 17일 1단계 작업을 완료, DNS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제일제당에 본격적인 '디지털 경영'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DNS란 전사적자원관리(ERP)보다 진일보한 형태로 원재료의 공급자부터 최종소비자까지 흘러가는 기업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 통합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구축한 DNS는 식품ㆍ생활용품 업계 최초는 물론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최신 시스템이다.
김 상무는 "전국 17개 사업본부 및 13개 공장 등 전 사업영역에 DNS가 구축돼 회사의 모든 활동을 손 끝 하나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업무관련 정보를 전산전문가의 도움 없이 간단하게 추출, 재가공할 수 있는 '정보창고(DW)' 시스템을 구축,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어려운 정보기술(IT) 전문용어를 거침 없이 구사하는 김 상무는 그러나 입사 이래 재무, 회계, 관리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아온 경제학도 출신이다.
그는 "2년전 처음 DNS팀장에 발령됐을 때만 해도 부하 직원들이 사용하는 용어조차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업무전산화가 가속화하더라도 "기업은 역시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첨단 시스템 구축의 목표가 단순히 고가 장비를 구입, 구축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업무과정을 혁신ㆍ단순화시켜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잊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거세게 불었던 e-비즈니스 열기에 휩쓸리지 않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실현 가능한 일에 집중한 것도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일제당은 DNS 구축에 거액의 돈이 투자됐지만 각종 유무형의 경비절감을 통해 연간 200억~300억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늦어도 4년 안에 투자원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상무는 "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개인적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 디지털혁명이 가져온 텃밭을 풍성하게 일구는 일만 남았다"며 "앞으로 달라질 제일제당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