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과 한 약속은 거창하고 화려했다. 변방으로 살아온 한반도의 역사를 동북아의 중심으로 만들고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반드시 일구겠다고 했다. 해마다 50만의 일자리를 창출해 불안감없이 편안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골고루 잘사는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비전을 달성하는 국정의 4대 원리로 `원칙과 신뢰``투명과 공정``분권과 자율``대화와 타협`이 제시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약속은 계미년 한해를 지켜본 결과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목청껏 외치던 동북아 경제중심의 메아리는 메시지 전달의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국민소득 2만달러 뒤로 슬쩍 밀려버렸고 지난해 연초 5%대에 달할 것이라던 경제성적도 3%대로 2%포인트나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50만개의 일자리는 그야말로 허황된 약속이었다. 노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02년까지는 매년 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나 지난해에는 되레 4만여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사회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생활고가 극심해 지면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인구가 더 많아졌고 한해에 결혼하는 부부가 10쌍이라면 이혼하는 부부는 4쌍이상에 달할 정도로 가정파괴가 일상화됐다.
사회는 끊이지 않는 갈등 폭발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지난해초 화물연대의 파업을 시작으로 국민들을 담보로한 노사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새만금, 위도 핵폐기물 수거 센터, 사패산 터널, 이라크 파병 찬반 등을 놓고 이해집단간 충돌이 하루도 그치질 않았다. 그사이 경제의 최대의 적인 불확실성은 높아만 갔다.
국민생활의 보호막이 되어야 할 정치권은 정쟁(政爭)으로 얼룩졌다. 국정원리로 투명과 원칙을 내세운 노 대통령은 측근 비리의 몸통임이 드러나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켜 정쟁을 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국민들에게 남은 건 한숨과 절망뿐이다. 경제나 정치,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 한 해동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었고 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에 북핵문제까지 만만찮은 외생변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에서 노대통령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에서 살기가 더 팍팍하고 짜증나게 만든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저리 눈치를 살피며 우왕좌왕하는 국정 리더십은 사회 공동체라는 혈맥속을 파고들어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참여정부 출범 2년째를 맞아 국민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분열의 리더십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다.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리더십보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각 이해계층을 아우르는 큰 리더십, 대승적 리더십이다.
이 리더십에 다가서기 위해 `대화와 타협`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적 리더십에 대한 철저한 반성부터 있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망가졌으면 친정집 격인 민주당 조순형 대표로부터 “링컨은 남북전쟁 후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는데, 노 대통령은 대선 후유증을 겪는 지금, 갈등과 분열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조롱을 받았겠는가.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의 회복 추세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상을 결코 가볍게 보면 안된다”며 “올해는 기업과 소비자, 노사등 각 경제주체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해”라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