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래 경쟁력 확보하라] 삼성 - 1등품목 집중육성 "월드베스트化"

"반도체 사업 2010년안에 인텔 제치겠다" "지금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말고 5~10년 뒤 무엇을 할 것인지 대비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지난해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내놓은 화두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삼성그룹의 대응은 여기에 집약돼 있다. 이 회장은 당시 반도체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며 새로운 `수종 사업`을 찾으라는 일종의 준비경영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이후 사장단이 해법을 찾지 못하자, 핵심인력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를 넘긴 2003년초. 삼성은 다시 올해의 경영 키워드를 내놓았다. 핵심은 `월드 베스트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1위 품목은 2위와의 격차를 더욱 키우고, 나머지는 경쟁 가능한 품목에 집중 투자해 조기에 일류화를 달성한다는 이른바 `1등 전략`을 새로운 승부수로 띄운 것이다. ◇제2ㆍ제3의 삼성 건설= 최근 단행한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해외파 출신 CEO(최고경영자)를 대거 중용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CEO를 통해 유럽과 중국 등 세계 도처에 제2ㆍ제3의 삼성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이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그룹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던 이상현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사장을 중국 본사 사장으로 보낸 것은 LG에 상대적으로 뒤졌던 중국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공략의지를 드러낸 상징적 인사였다. 이 전략은 올해 삼성이 책정한 대규모 투자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은 `2003년 경영 방침`에서 올해 시설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35%(2조3,000억원) 증가한 8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룹의 주력 사업분야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심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12인치 웨이퍼 ▲TFT- 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 ▲휴대폰 공장 증설 등 삼성이 미래에 먹고 살아갈 사업을 직접적으로 거명키도 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 토대가 R&D(연구개발) 투자. 삼성은 올해 R&D 부분에 지난해보다 6,000억원 늘어난 4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망 신사업 발굴 ▲기존 제품 고부가 가치화 ▲브랜드ㆍ디자인 등 소프트 경쟁력 지속 확충 등 5~10년후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한 씨앗을 일구겠다는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실상의 원년"이라고 말했다. ◇1위 제품 최다 보유기업= 지난한해 삼성은 재무부문에서 세계 어느 기업보다 뛰어난 초우량화(매출 137조, 세전이익 15조원)를 일궈냈다. 무엇보다 그동안 D램과 TFT- LCD에 국한돼 있던 캐시카우(현금을 만들어내는 우량사업)에 휴대폰이란 효자품목을 키워낸 게 가장 큰 성과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말 현재까지 17개의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냈다. 삼성이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 되는 최종 잣대는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을 넘어서는 순간이 될 듯하다. 아직은 연간 매출에서 인텔의 3분의 1에 머물며 2위를 기록중이지만, 늦어도 2010년안에는 인텔을 제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품목별로는 나노반도체와 LCD-TV를 비롯한 디지털 융합 제품이 미래 경쟁력 확충을 위한 기본 테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DI(LCD구동칩)를 처음으로 세계 1위로 올린 비메모리 사업의 육성도 인텔을 넘어서기 위한 필수 함수다. 세계 3위까지 뛰어오른 휴대폰 사업도 삼성의 미래를 이끌 주역이다. 삼성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0% 수준인 휴대폰 사업을 카메라, 컬러, 스테레오 음향사양 등을 바탕으로 오는 200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4%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계열사들의 미래 준비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휴대폰용LCD에서 고성장을 구가한데 이어 ▲2차 전지 ▲PDP(벽걸이TV) ▲초대형 컬러관 ▲유기EL 등을 미래형 성장엔진으로 지속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도 휴대폰의 컬러화 및 고급화 추세와 맞물려 표면탄성화(SAW)필터ㆍ듀플렉서 등 고주파(RF)부품과 키패드용 발광다이오드(LED)ㆍ빌드업 인쇄회로기판(PCB) 등 관련 이동통신 수요를 바탕으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각오다. ◇미래 경쟁력의 한 축, 금융계열사= 삼성의 금융계열사는 지난 수년동안 그룹의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금융 각 부분에서 `리딩 컴퍼니`로서 입지를 굳힌 상황이다. 미래 `이재용 체제`를 뒷받침할 든든한 원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가계대출의 부실 파고를 넘지 못하고 수난을 당해야 했다. 삼성은 금융계열사의 트로이카라 할 수 있는 ▲생명 ▲증권 ▲카드 등 3개사를 통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각오다. 삼성생명은 글로벌 경영이 가능한 체질을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에는 합작 생보사를 중국에 설립할 예정이다. 삼성카드와 증권도 첨단 글로벌 상품 등을 개발, 국경없는 금융전쟁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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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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