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미국보다 경기 부양에 소극적인 것은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13일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이 향후 2년간 집행할 경기부양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른다. 반면 독일은 2.6%에 불과하고 나머지 서유럽 국가들은 1~1.5%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 런던법인의 토머스 메이어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은 미국으로부터 그들을 도와줄 뭔가가 나오기를 희망하면서 (경기 부양책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제도가 지금 요구되는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를 수용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NYT는 유럽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여러 가지 구조적인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은 재정정책이나 재정 지출이 각 회원국 정부에 맡겨져 있지만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총괄하고 있으며 ECB는 규정에 따라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이나 미국처럼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정책을 취할 수가 없다.
유럽은 또 국가 차원에서 의료보험이나 실업보험 등을 제공하면서 전통적으로 강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 실업 증가에 따른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다. 덕분에 미국과 달리 사회 불안이 높지 않고 경기 부양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크지 않다.
또 서유럽이 위기에 직면한 동유럽 지원에 미온적인 것은 오랜 역사 속의 분열 경험도 한 몫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보다 주택경기 거품이 적었다는 점도 경기부양에 미온적인 이유다.
그렇다고 유럽의 경기 상황이 미국보다 느긋한 것도 아니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 13.8%였던 실업률이 올해 말에는 17.2%, 내년에는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0일 발표된 독일의 1월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0.7% 감소하면서 16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고, 프랑스의 제조업 생산은 14%나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