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기준유가의 하나인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13년 반만에 처음으로배럴당 40달러 선을 돌파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에 비해 배럴당 1.13달러가 상승한 배럴당 40.06달러로 마감됐다.
뉴욕상품시장에서 석유 선물 가격이 종가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넘은 것은지난 9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6월 인도분 WTI 종가는 0.47달러 오른 배럴당 39.40달러를 기록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0.64달러 오른 배럴당 36.6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석유산업 분석가들은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여전히 강력한 데 비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생산 쿼터 증대요구가 실질적인 공급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며 국제유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석유 수입국들은 유가가 1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세계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 악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OPEC에 대해 증산에 나서 유가를 안정시키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전세계 26개 공업국들의 에너지 정책에 조언을 하고 있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사우디의 증산 제안을 환영했으나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내 놓았다.
클로드 만딜 IEA 사무총장은 "시장의 열기를 식히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증산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제안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만딜 사무총장은 OPEC가 이미 공식 생산 쿼터인 하루 2천350만 배럴보다 약 200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증산을 시작해도 실제로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은 하루 50만 배럴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유가는 OPEC의 생산량 조절 때문이라기 보다는 중국과 미국등 주요 수입국들의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석유시설을 목표로 테러가 발생하는 등 중동지역에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석유산업 정보지 퀘스트 마켓 에지의 케빈 커 편집장은 CBS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이후에는 어디까지 상승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중동지역 정세는 불안하기만 하고 OPEC의 증산약속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알제리의 차킵 케릴 에너지 장관은 OPEC이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와는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고유가 행진이 수주 또는 수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ㆍ런던=연합뉴스) 추왕훈ㆍ이창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