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자의 경고/문희갑 대구광역시장(로터리)

「탐욕에 눈이 먼 현대인들은 수세기 뒤 후손들이 부담해야 할 수표를 마구 남발하고 있다.」이 말은 지난달 25일 타계한 프랑스의 환경보호론자였던 자크 이브 쿠스토가 동시대 인류에게 던진 마지막 질타다. 그는 최근 발간된 「인간, 낙지, 난초」라는 제목의 유작 자서전에서 정치가와 과학자, 부자들의 이기주의와 단견에 메스를 가했다. 손익계산의 주판알만 튕기는 기업가나 다음 선거밖에 모르는 정치가들은 보다 나은 세계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세기 마지막 모럴리스트로 꼽히는 그는 예를 들어 오존층의 파괴 하나만으로도 인류의 장래가 충분히 암담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오존층이 조금만 감소해도 태양으로부터 받는 자외선량이 증가해 피부암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최근 미노스이스턴대의 커크 멜로이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존층이 파괴되면 고등생물의 DNA가 손상돼 생태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팀은 남극 상공의 구멍뚫린 오존층을 통해 유입된 자외선 탓으로 「특히 남극에 서식하는 뱅어의 DNA 손상은 놀랄만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더욱 놀랄만한 일은 오존층 파괴가 남극뿐만 아니라 북극지방 상공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기상층의 오존정보센터에서는 지구관측 위성인 미도리의 관측 결과를 분석, 북극 하늘의 오존층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격감하여 그 감소폭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발표하고 있다. 만약 지구의 하늘에서 오존층이 완전히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대재앙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살인광선이 온통 지구를 비추게 되겠지만 그보다 먼저 급격한 온도상승으로 지구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쿠스토의 묘지로부터의 경고는 이러한 재앙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엄중히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와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치가와 사업가의 가장 큰 덕목으로 환경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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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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