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CEO에 듣는다] 박상용 CSFB 서울지점 대표
“파생상품 차별화 보여줄것”환위험등 헤지 잘 활용땐 국내금융 시장 발전 계기우량기업 보유현금으로 해외 M&A 적극 고려를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co.kr
전재호기자 j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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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FB증권은
“이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를 국내에서 만들려고 하지만 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직접 사들여 인수하는 것은 어떨까요.”
박상용(38)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 대표들 중에서 젊은 축에 속해서인지 참신한 아이디어를 잇따라 쏟아냈다.
그는 “제조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두뇌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우량 기업들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해외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 대해서도 독특한 방안을 내놨다. “해외의 헤지펀드들을 국내에 적극 유치해 그들의 선진 운용기법 등 노하우을 배운다면 국내 금융시장이 엄청나게 발전할 것입니다.” 박 대표는 “헤지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꼽히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가 나가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헤지펀드가 어떤 시장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 시장을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2005년은 CSFB 서울지점과 박 대표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는 해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장외파생상품 영업인가를 받아 CSFB의 최대 강점인 파생상품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 파생상품운용 전문가인 박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오래 전부터 바라던 일”이라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외국계 증권사로는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에 이어 세번째로 장외 파생상품 인가를 받았다.메릴린치는 외환 관련 장외 파생상품 인가만 받은 상태다. 박 대표는 “전통적으로 CSFB가 강점을 갖고 있는 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만큼 한국 시장에서 다른 외국계 증권사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파생상품의 활성화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기업들이 파생상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환위험 등을 헤지할 수도 있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인다면 우리 금융시장도 결국 한단계 레벨업 되겠죠.”
박 대표는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2년만 지나면 충분히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최초로 주가지수선물시장이 열린 지난 1997년 당시 모건스탠리증권에서 차익거래(지수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수익거래 기법)를 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만해도 차익거래가 생소한 개념이라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았지만 2년 정도 지나니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잘하고 있더군요.” 그는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세미나 및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한국 경제는 바닥을 다졌으며 지금 상황에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된다”는 것.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있는지 확실해 보이지는 않지만 만약 거품이 있다면, 이것이 터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버블은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어떤 국가도 부동산 버블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보였다. “한국은 정보기술(IT)과 금융 부문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이를 신뢰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전망은 밝을 것입니다.”
입력시간 : 2005/07/07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