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진으로 무너진 돌과 흙더미에 묻힌지 92시간. 기적적으로 구출돼 병원으로 후송된 2살짜리 남자아이 미나가와 유타(皆川優太)는 젊은 여자 간호사를 그렇게 불렀다.
1억2천만 일본 국민은 마른 침을 삼키며 이를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일본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지방을 강타한 지진 발생후 실종됐던 일가족3명이 탄 승용차가 무너진 도로 변 흙과 돌더미에서 발견된 것은 26일 오후. 악천후로 하루를 미룬 끝에 27일부터 구조작업이 실시됐다.
공영 NHK를 비롯한 모든 TV방송들이 오후부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구조작업을 생중계했다. 신문은 호외를 발행해 `기적의 생환'소식을 알렸다.
어머니 다카코(貴子. 39)는 찌그러진 차속에서 어렵게 빼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이 탔던 3살짜리 누나는 28일 오전 현재 돌더미에묻힌 차속에 갇혀있다.
철야 구조작업이 실시됐지만 승용차를 덮친 바위가 차를 뜷고 들어온 상태. 혹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겹겹이 쌓인 돌을 들어내고차속에 박힌 바위를 잘라내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차속에서 여자아이의 발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움직임이 전혀 없어 생존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지진으로 매몰된 상태에서 생존의 한계는 72시간 전후로 알려져 있다. 이 한계시간을 넘으면 외상이 없더라도 체내 수분이 땀 등으로 빠져나가 탈수를 일으키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저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
어린 유타군이 이 한계를 20시간이나 넘기고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매몰시큰 상처를 입지 않았고 ▲바위틈을 꽉 메운 토사가 보온효과를 발휘한데다 ▲몸이작아 50㎝ 정도의 비좁은 틈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점 등 `기적의 조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유타군은 얼굴에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