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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의 정시로가 8집 앨범 '나란 사람'을 들고 돌아왔다.
미니앨범 7.5집을 발매한 후 5년 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노래 '가질 수 없는 너'가 '슈퍼스타K3' '나는 가수다' 에서 김도현, 장혜진, 박완규 등에 의해 불려지며 근황이 궁금하던 차였다.
대표 곡이 여러 가수들에게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을 상기하며 '최근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뜸을 들이더니 "내가 방송에 자주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노래라도 나오면 사람들이 좋아하기는 한다"며 "그러고 보니 내 노래를 리메이크한 가수들이 2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일청, 조PD, 박미경, 박완규, 마야가 '가질 수 없는 너'를 불렀다"며 "웬만한 선후배들은 내 노래를 한 번씩은 다 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들에게 노래는 분신이다.
그렇다면 자식 같은 노래가 다른 가수들에게 해석되는 것을 보는 가수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내 노래에 대해 호불호를 묻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며"노래를 부르는 사람 마다 해석이 다른 만큼 좋다 나쁘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고맙다'는 생각만 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4월초에 갖고 돌아 올 8집에는 모두 4곡이 수록돼 있다. 한 곡을 빼놓고는 모두 정시로가 작사ㆍ작곡ㆍ편곡을 했다. 마지막 곡 '밥'은 정시로 작사 박영수 곡이다.
'이번 앨범이 미니 앨범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바뀐 시장의 추세를 반영한 것일 뿐, 엄연한 정규앨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면, 흐름이 바뀔 때 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적은 수의 곡을 수록한 음반을 자주 내면 음악이 정체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정시로의 곡과 노랫말은 여전히 슬프다. 그러나 슬픈 와중에도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스타일은 예전 그대로다. 물론, 소리는 더 태연해졌고 음악적 감성은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신디사이저 등을 동원한 기계음을 덧칠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노래에서 그가 가두어두었던, '오만가지 정서가 뒤섞인 복잡미묘한 맛'을 날 것으로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원래 작곡가였다. 작사도 했었다. 가수로 나섰던 초기 그는 혼란스러웠었다고 말했다. 좋은 곡을 썼을 때 욕심이 났기 때문이다. 정시로는 "이래서 노래를 하면서 곡을 만드는 것은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창작의 샘은 고이지 않았고, 퍼내기에만 바빴다. 사람들에게 그걸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었고, 갈등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 템포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4집 '가을의 전설'을 만들면서 강한 비트가 부드러워 졌다. 락(Rock)적인 사운드를 다듬어 마일드한 네오 락(Neo rock)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의 이번 8집 앨범은 어쿠스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담백한 쪽에 트랙수가 많지 않은 단순한 편곡의 음악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언플러그드(전자악기를 사용하지 않고)로 멋진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데생을 하지 않은 채로 피카소 그림을 그리면 낙서가 될 수 있지만,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그리면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귀착되는 장르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 음악을 편하게 따라가자는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