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10일] 영어실력이 국가경쟁력

지난주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로슬릿 부소장이 서울을 방문했다. 로슬릿은 IMD의 MBA과정을 맡은 교수이자 주요국의 경쟁력 현황을 분석해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국가경쟁력 보고서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55개국 중 31위이다. 전년보다 순위가 두 단계 내려갔다. 그러나 로슬릿은 한국은 인프라가 좋고 과학기술 분야에 인적자원이 탁월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런 강점을 더 살릴 것을 권했으며 삼성ㆍLGㆍ현대차 등 국제적 기업의 역할이 더 크게 기대된다고 했다. 국가경쟁력은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방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힘으로 정의될 수 있다. 경쟁력 순위를 산출하는 데 주요 요인은 노동생산성ㆍ정부효율성ㆍ재정상태ㆍ경영능력ㆍ과학기술ㆍ무역규모ㆍ국제화 등이다. 올해 국가경쟁력 4대 강국은 미국ㆍ싱가포르ㆍ홍콩ㆍ스위스 순이며 우리의 경쟁 국가 중 대만 13위, 중국 17위, 말레이시아 19위, 일본 22위, 태국 27위, 인도 29위로 우리보다 모두 앞서 있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영어실력이 모두 우리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쟁마당에서 언어소통실력이 낮아서는 처음부터 게임이 안 된다. 우리의 영어실력이 낮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책임은 주로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시스템에 있다. 얼마 전 몇몇 고등학생에게 영어공부가 어떠냐고 물으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어가 대학입시에도 중요하고 사회에서는 더 중요한 줄은 아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고 스트레스만 쌓인단다. 영어로 말하면 어쩐지 남 앞에서 바보가 되는 것 같아 공부할 의욕이 안 난다는 것이다.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들은 대로 말하고 본 대로 쓸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원어민이 없으니 그것도 엇박자가 난다. 본 대로 말하고 들은 대로 글을 익히다 보니 영어가 엉망이다. 영어권의 제도와 풍습이 다른 내용을 이해하고 번역하는 것은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거의 고문이다. 그래도 이런 고통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분위기가 영어공부를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며 5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우리의 영어실력도 이에 걸맞은 순위가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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