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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는 가라, 이제는 프로슈머(Prosumer) 스타일이다." 연예기획사들의 신인 가수 육성시스템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 소속사의 철저한 기획 아래 생산됐던 신인 가수들의 색깔이 이제는 대중의 니즈에 따라 정해지기 시작했다. 대중매체의 확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성장에 따라 대중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분출되고 기획사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연예기획사로 손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신인 발굴 키워드로 '프로슈머'를 꺼내 들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 소비자가 제품 개발과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그룹 '빅뱅'이후 8년 만에 5인조 신인 아이돌그룹 '위너'를 올 상반기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 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펼친 새 남성그룹 데뷔 프로젝트인 '후 이스 넥스트: 윈(WHO IS NEXT WIN)'의 승리 팀이다. 이들이 최후 5인으로 선발돼 '위너'라는 그룹으로 탄생하기까지 전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케이블음악채널 엠넷(Mnet)을 통해 방영됐다.
YG는 케이블 채널과 손잡고 자사 연습생만을 위한 오디션을 선보였고, 위너는 100% 시청자 투표로 데뷔의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위너TV'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식 데뷔 전부터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 덕에 '위너'는 공식 데뷔 무대를 갖지 않았음에도 일본에서 열린 첫 단독 팬 미팅 현장에 8,000여명의 구름 팬이 몰리는 등 여느 기성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루키즈'라는 자체 신인 발굴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보였다. SM 소속으로 데뷔가 예정됐지만, 아직 합류 그룹이 정해지지 않은 연습생들을 공개하고 그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신인 데뷔 프로그램 격이다. "2년 전부터 철저히 기획한 브랜드"라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세 명씩 12명의 연습생인 'SM루키즈'를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대중에게 미리 공개해 이들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데뷔 전부터 팬덤을 생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12명 중 일부는 팀을 이뤄 연내에 정식 데뷔하게 된다. 그전까지 여러 가지 조합으로 노래를 발표해 개인별 인기도와 이미지에 따라 데뷔 팀을 미리 시험 가동(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마케팅뿐 아니라 신인 발굴과 기획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H.O.T로 대변되는 '1세대 아이돌 그룹' 때만 해도 이미 각 소속사의 철저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소속가수들은 신비주의 콘셉트 아래 데뷔 후 방송 가요프로그램 등 정식 홍보 채널 외에 이렇다 할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이후 동방신기 등 '2세대 아이돌 그룹'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신비주의 콘셉트를 조금씩 덜어내고 한층 친근하게 대중과 호흡했다. 최근 신인 발굴 시스템에는 이보다 적극성이 가미됐다.
이미 기획사가 만들어놓은 기획물을 단순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데뷔 과정부터 대중이 직접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속 가수들(연습생)은 정식 데뷔 전임에도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 SNS나 각종 음악전문케이블방송(채널)을 통해 미리 대중에게 얼굴을 알려 조기 팬덤(fandom) 구축에 나섰다. 각 기획사는 이제 팬덤을 한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과정에 어느 정도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동생산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움직임이다.
김은아 SM 홍보팀장은 "프로슈머 개념을 신인 발굴 시스템 'SM루키즈'에 그대로 가져온 격이다. 예비스타와 팬이 시작부터 함께 커 가는 일종의 동반 성장 개념"이라며 "SM의 스타 메이킹 방법이 응축된 'SM루키즈'는 단발성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계속해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