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금융시장 요동] 전쟁 발발전 시장세력 소진

이라크 사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각국의 주가는 속락세를 보이고 있고 금값은 폭등하고 있다. 전쟁을 됐건 평화적 해결이 됐건 현 이라크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그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불확실성 증가로 금융시장 불안 가속= 유엔 무기 사찰단의 보고서가 나온 27일 세계 주요 증시는 이라크 문제에 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급락했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수개월간의 추가사찰 기간이 필요하다”며 시간 연장을 요청, 이라크전 시작 시점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키웠다. 특히 독일ㆍ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독자적인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도 전쟁 시기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증시의 상당 수 투자가들은 이에 따라 아예 마음 편하게 일단 주식을 팔고 이라크 변수가 해소된 뒤 투자를 재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매일 같이 이라크 변수로 고뇌를 거듭한 데 따른 피로감에 투자가들이 손을 털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미 증시 급락은 각국 증시의 동반 하락을 유도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값. 불안한 증시를 빠져 나온 돈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상품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온스당 370달러에 다가선 금값은 상황에 따라서는 400달러 선에 근접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증시에서 돈이 유럽과 일본으로 빠져나가면서 달러화 약세, 엔화 유로화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체력소진=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이 발발하기도 전에 국제 금융시장의 체력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는 점. 이라크 정국에 지친 투자가들이 이미 뭉칫돈을 금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투자가들의 증시 이탈은 주가를 더욱 떨어뜨리고, 시장의 탄력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주가하락자금이탈주가 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 증시에 탄력을 부여할 수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기준 금리를 1.25%까지 내린 FRB는 이라크전 이후의 상황에 대비해 당분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상승기조를 보이고 있는 유가가 각국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실물 경제를 압박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체력이 급격히 소진될 경우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전쟁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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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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