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엔 환율 급등에 엔화대출 기업 `초조'

최근 35원 급등… 엔화 대출은 꾸준히 증가

부산에서 철근을 생산하는 A업체는 지난달 초 엔화 결제 방식으로 일본으로부터 고철을 수입하려 했으나, 당시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선으로 떨어지자 더 싼 값에 엔화를 매수하기 위해 수입을 미뤘다. 그러나 지난달 21일까지 일주일 이상 700원대 진입을 타진하던 원.엔 환율은 급반등하며 이틀만에 820원대로 치솟았다. 이 업체는 원.엔 환율이 810원대로만 떨어져도 결제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오히려 원.엔 환율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11일 840원대까지 상승하자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달 엔화로 대출을 받은 B업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실이 원화와 엔화대출간 금리차에서 얻는 이익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원.엔 환율이 급등하자 대(對)일본 수입 업체나 엔화를 차입한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841.22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1월25일 843.33원 이후 근 4개월만에 처음으로 840원대로 상승했다. 지난달 21일 806.56원 이후 12영업일만에 34.66원 급등했다. 이 기간에 원.엔 환율 상승률은 4.3% 수준에 달하며 2~4% 수준인 원화대출과 엔화대출간 금리차를 웃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후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 기업, 신한, 우리, 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달말 엔화대출 규모는 한달간 333억엔 늘어나며 8천551억엔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의 엔화대출 규모는 지난해말 7천834억엔에 비해 15.8% 증가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말 387억엔에 불과했으나, 지난달말 1천567억엔에달하며 1년새 무려 4배나 급증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달말 3천억엔을 돌파하며 전년동기보다 1천264억엔(69.7%)이나 늘었다. 엔화대출 기업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은행들은 원.엔 환율 추가 상승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원.엔 환율에 민감해진 기업들이 전망에 대해 종종문의를 하고 있다"며 "원.엔 환율이 연말 875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외국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을 발송하는 등 타행과의 경쟁보다는 거래 기업의 손실을 줄이는 데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 부산지점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국내 수급과 일본의 금리 정책 변화 등으로 원.엔 환율은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는 업체들의 조기 결제를 유도하고, 기업들의 엔화 차입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확실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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