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시청자가 주인되는 방송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상징하는 화두 중에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단연 ‘참여’일 것이다. 물론 지난 70년대 ‘정보화 사회’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학자들은 ‘탈 대중화’ ‘개성화’가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추동하는 동력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무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매스미디어들이 탈대중화되고 개성화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9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된 인터넷이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방송만은 여전히 시청률과 같은 획일화된 대중문화 메커니즘에 머물러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표준화된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이나 다른 새로운 매체들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여전히 제작과 소비자가 분리된 대중문화 시스템과 다수의 시청자를 확보해 광고수입을 극대화해야 하는 수익구조 등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방송은 무늬는 달라졌는지 몰라도 기본 인식은 여전히 ‘여로’나 ‘아씨’라는 대중문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송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모든 방송들이 앞 다퉈 ‘시청자가 주인되는 방송’을 외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자가 주인이라고 외치고 유료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이 선택권을 실현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KBS는 최근 시청료 인상을 추진하면서 ‘마치 자신들만이 시청자를 위하는 방송’이고 유료방송은 마치 ‘부도덕한 방송’인 양 치부해 볼 성 사납기까지 하다. 필자 생각에 지금 우리 방송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 독립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은 90년대를 거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비록 방송을 정치적 도구로 인식하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다소 훼손되기는 했지만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상당부분 실현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방송의 민주화는 80년대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시청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고귀한 명분을 가지고 추진됐다. 그 과정에서 방송 종사자들의 엄청난 고난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고 만 것이다. 국가가 장악하고 있던 방송을 쟁취하고 난 뒤 그들이 그대로 차지하고 만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만이 시청자주권을 실현하고 시청자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정당화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금 방송구도는 본질적으로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 될 수 없다. 도리어 시청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종사자들의 이익에 골몰하는 조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왜곡된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저항으로 인해 좌절됐고 이제는 어쩌지도 못하게 된 듯한 느낌이다. 그러니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진정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그래서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라는 참여적 문화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방송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웹2.0은 이제 방송에서도 필요한 거대한 흐름이 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부에서 시작된 시청자 참여를 지향하는 방송 움직임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움직임이 ‘아날로그식 대중문화 메커니즘’에 빠져 시청자를 지배하고 있는 기존 방송에도 변화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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