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으로부터 경영정상화 지원을 받게 된 성동조선해양의 전(前) 대표가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발각돼 고소를 당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미 대표를 교체했고 100대1의 감자를 추진하는 등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고소와 추가 지원은 별개"라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성동조선의 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성동조선의 대주주이자 전 대표인 정홍준씨가 불법으로 1,863억원의 대출금을 받았다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사기)로 고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수출입은행도 정 전 대표가 네트워크 대출 사기로 1,200억원을 빼돌렸다면서 고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 전 대표가 채권단 두 곳으로부터 불법으로 받은 대출금 규모는 3,063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소문은 들었지만 정 전 대표가 받은 부당대출 규모가 예상보다 많다"면서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불똥이 의외의 곳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고소, 왜 이제서야=수은은 정 전 대표의 부당 대출은 지난해 감사 때 밝혀졌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수은 관계자는 "부당거래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발생한 일로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통해 관리를 강화한 2010년 8월 이후에는 그러한 사실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채권단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불법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자율협약이 진행 중이어서 고발시점을 늦췄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를 곧바로 고소할 경우 회사 정상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해 고소를 늦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부당대출이 발생했던 시점과 명확하게 선을 긋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부당대출의 시점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2010년 8월)을 체결하기 전에 발생한 것인 만큼 그 이전의 불법대출 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법을 저지른 정 전 대표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경영정상화 지원은 예정대로"=정 전 대표를 부당대출로 고소한 수은이나 우리은행은 예정대로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은 진행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오는 2013년까지 성동조선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1조2,500억원 가운데 우선 운영자금 7,300억원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이와 함께 성동조선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 방침도 마련했다. 정 전 대표에 대한 고소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대표이사를 교체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또 경영책임 차원에서 정홍준 일가에 대해 100대1, 군인공제회 등 기타 주주에 대해서는 10대1 감자를 추진하는 동시에 채권단 일부 채권의 출자전환을 통해 회사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미 조직·인력 감축, 원가절감, 수익성 있는 선박 선별 수주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상화 계획 및 자구계획 등을 수립한 상태"라면서 "이행실적을 철저히 점검하면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추가지원은 기존 입장대로 진행하고 채권을 회수하거나 자금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