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산업별 노조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

현대자동차ㆍ대우조선ㆍ로템 등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합원 투표를 하기로 해 해당 기업들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산별노조가 나름대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선진국의 경우 산별노조에서 개별노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과 현실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산업별 노조는 같은 산업에 속해 있는 여러 기업의 노조가 하나의 노조를 만듦으로써 결속력을 강화해 교섭력이 약한 기업노조의 협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사관계법ㆍ제도선진화방안’도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 노조에 대해 산별노조의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별 노조는 우리보다 앞서 도입했던 선진국들의 실패경험에서 보듯이 이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하에서는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수익성과 근로여건 등에서 기업마다 사정이 제 각각이고 당연히 급여와 복리후생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개별기업의 특수성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동일조건의 근로와 급여를 강요한다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또 중앙단위의 교섭이 끝나더라도 지역별ㆍ지부별로 추가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어 기업들로서는 2,3중의 교섭비용을 지불하게 돼 그만큼 지출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여러 기업의 노사가 한 테이블에 앉아 공동으로 교섭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노사간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장기화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금 대기업의 산업현장에서 극심한 투쟁과 대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산별노조의 탓이 큰 것만 보더라도 그 후유증을 짐작할 수 있다. 교섭력이 약한 기업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산별노조의 전환은 중소기업에는 그야말로 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져 고사직전에 있다. 산별노조의 전환은 한계상황에 있는 중소기업을 사지(死地)로 내몰아 결국에는 ‘사용자 없는 노동운동자’를 더 늘릴 우려마저 있다. 선진국에서 버리고 있는 산별노조를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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