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계여성의 날'과 '슈퍼우먼'

지난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각종 집회 및 시위가 연달아 이어졌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루트거스광장에서 모여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고 한다. 벌써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아직 여성의 날을 기념할 만큼 양성평등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며칠 전 여성의 날을 맞아 보도된 뉴스내용이 생각난다. UN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촌의 사유지 가운데 여성이 소유한 땅은 1%에 불과하고 빈곤으로 허덕이는 인구 12억명 가운데 70%를 여성과 어린이가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 기업 경영자 가운데 여성은 21%, 여성이 지도자인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해 여성의 정치ㆍ경제적인 입지가 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 아이를 낳다가 숨지는 여성의 수가 1,440명에 달하고 전세계 문맹자 중 67%가 여성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한국여성개발원에서 발간한 ‘2005년 여성통계연보’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4,702만명이며 이중 여성인구는 50.1%인 2,355만명이고 오는 2050년에는 여성이 전체인구의 50.9%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성인 중 기혼자를 기준으로 한 총 가사시간을 살펴보면 여성이 3시간18분으로 남성의 26분에 비해 무려 8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하는 데 있어서 많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중에서 육아부담을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일하는 여성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가사와 양육부담은 거의 줄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은 퇴근을 해도 편안히 쉴 수가 없다. 가사와 양육이라는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집에서 밥해주고 옷을 챙겨주는 것이 따뜻한 가정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보여진다. 모든 가사와 양육은 여자의 몫이고 회사 일은 플러스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올해 두 군데 사관학교의 수석졸업생이 여성이라고 한다. 한 연구기관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도 공무원 채용고시 합격자의 42.1%가 여성이라고 한다. 우리 토지공사에서도 채용인원의 30% 가까이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고 승진에서도 여직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사회진출과 역량발휘는 앞으로 더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추세에 따라 여성의 고용안정과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장 내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제의 탄력적 운영, 부성휴가의 도입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사와 양육문제는 더 이상 여성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더욱 여성을 슈퍼우먼이라는 불명예 등식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가사와 양육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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