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다이어트 열풍으로 뜨겁다.
소형화, 경량화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숙제지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디지털 기기의 휴대성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뚱뚱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마저번지고 있다.
◆제품 슬림화로 소비자 `유혹' =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15일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12.1인치 와이드 노트북PC를 출시했다.
서브노트북의 휴대성과 일반 노트북이 가진 사용의 편리성을 모두 갖췄고 `노팬(No-Fan)' 기술을 적용해 소음의 주 원인인 냉각팬을 없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2004 한국전자전에서 태블릿PC 중에서 가장 얇고 가벼운 `Sens T20'도 선보였다.
펜의 미끄럼 방지를 위해 코팅처리를 한 투명도 높은 LCD를 채용해 입력할 때종이에 쓰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으며 유무선 네트워크 구현과 높은 휴대성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제품보다 8.5㎝ 얇은 초슬림형 50인치 DLP 프로젝션 TV도개발했다.
LG전자[066570]는 올 가을 두께가 기존의 절반 수준인 20㎜, 접힌 상태의 두께도 70㎜에 불과한 초슬림 플래트론 LCD 모니터(모델명 L1980U)를 내놓았다.
세로 모드나 가로 모드로 화면을 회전시키는 피벗팅(Pivoting)을 하면 화면이자동으로 맞춰지는 오토 피벗 기능, 모니터 화면을 반대방향으로 뒤집어도 화면이자동 전환되는 오토 스위칭 기능을 갖췄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초슬림형 DVD플레이어도 인기상품이다. 높이 43㎜, 무게 3.5㎏으로 국내에 출시된 DVD플레이어 중 두께가 가장 얇지만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제품이다.
◆부품ㆍ반도체 예외없다 = 삼성SDI[006400]는 두께를 15㎝ 줄인 32인치 브라운관 `빅슬림' 개발을 마치고 내년 초로 예정된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슬림을 채용하면 32인치 브라운관TV 두께가 60㎝에서 38㎝로 얇아짐으로써 공간활용도가 32인치 LCD TV와 거의 같아진다고 삼성SDI는 강조한다.
빠른 응답속도, 선명한 화질, 고해상도 등 디스플레이 고유의 특성은 다른 평판디스플레이보다 앞서면서도 폭이 두껍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브라운관의 최대약점을극복한 것이다.
삼성SDI는 28, 29, 34인치 제품도 곧 개발해 국내외 대형 TV용 브라운관 라인을모두 빅슬림 전용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작년 말부터 21인치 `슈퍼슬림 브라운관'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있는 데 이어 내년 1.4분기에는 32인치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기[009150]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얇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개발했다.
새 기판은 두께가 0.11㎜로 종전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플래시메모리, S램 등 고성능 반도체를 8층까지 쌓아 올릴 수 있는 최첨단 제품으로, 기판 배선간격도 0.1㎜에서 0.08㎜로 줄여 세계 최고수준의 고밀도화를 구현했다.
삼성전기는 두께를 절반 이상 줄인 슬림형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개발해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가로 3.2㎜, 세로 2.5㎜, 최대두께 0.95㎜로 현재 주로 쓰이는 같은 용량 제품보다 두께를 60% 이상 줄여 전자제품 크기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올해 선보인 노트북PC용 1기가바이트(GB) DDR2 모듈과 2GB DDR2 모듈도 초박형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골든칩(0.11㎛) 기술이 적용된 512메가비트(Mb) DDR2 SD램 단품을각각 16개와 36개 쌓아 만든 것으로, 두께가 3.8㎜로 얇고 533㎒의 동작속도를 구현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늘면서 휴대하기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슬림화 경쟁은 부품과 완성품 업계를 가리지 않고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